조울증으로 살아도 괜찮아

용기있게 헤쳐나가기

by 오하루


"너 진짜 조울증 맞아?"


주변에 조울증임을 밝히고 나서 가끔 듣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는 건 좋을 일이다. 내가 적어도 그때는 정신질환을 가지지 않은, 정상인처럼 행동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판정을 처음 받을 때는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조증 상태, 우울증 상태의 지속 기간을 매일 체크하고, 스트레스 관리도 의식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증일 때 망쳐진 인간관계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고 우울증일 때 어질러진 집과 생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기도 했다.


3년 전, 내 인생에 커다란 긍정적 변화가 있었는데 책과 글쓰기가 그 시작이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놓고 있던 글쓰기도. 그때처럼 이번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여기서 관건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숙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조금씩 여유가 될 때 혹은 읽고 싶을 때 읽는데, 장르는 정해두지 않았다. 에세이, 시집, 소설, 자기 계발서, 인문학 서적 등 다양하게 읽는다.


글쓰기도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적는 것. 그렇게 내가 조울증이 생긴 이유가 무엇인지, 조울증을 겪는 나는 어떤 일상을 사는 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지 등을 쓰면서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주 조금은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에세이는 우울 시즌일 때 나를 위로해주는 좋은 친구이다. 주로 자기 전에 10~15분간 읽는다. 여러 번 읽은 에세이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백세희 작가의 책이다. 우울증 상담 기록을 담은 에세이라서 더 공감이 되고 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준다.


요즘 읽는 책은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라는 김재진 작가의 책이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어서 사려 깊게 상대를 대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좋은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건 괜찮은데, 나에게 악영향을 주는 사람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사랑받으려 애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좋은 사람에게 더 잘하고, 안 좋은 사람은 용기 있게 끊어버리라고 조언해준다.


시집은 출퇴근할 때 보기 참 좋다. 가볍고 작고 얇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다닥다닥 붙어 가는 지옥철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과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좋아한다.


얼마 전 중고 책방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작은 기쁨>을 발견했는데, '책방에서'라는 시를 읽고 바로 구매했다. 무심코 후루룩 책장을 넘기다가 멈춘 지점이었다.

'가만히 서서 책들의 제목만 먼저 읽어도 행복합니다.'

내가 서점을 자주 찾는 이유가 그대로 적혀 있었다. 수녀님과 내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듯했다. 시의 매력. 읽어 내려 갈수록 세상과 단절되어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형성해주는 그 단맛을 여러분도 꼭 경험했으면 좋겠다.


자기 계발서와 인문학 서적은 현실을 빠르게 바꾸고 싶을 때 읽는다. 이서윤, 홍주연 작가의 <더 해빙>과 할 존 퀵의 <마지막 몰입>은 부정적인 생각과 게으름의 무덤에서 나를 꺼내 준 책이다. 주말 아침, 마음이 고양되고 여유가 있을 때 자주 찾게 됐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100% 지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도 행동을 바꾸니 나의 일상은 점점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기시미 이치로, 고마 후미타케 작가의 <미움받을 용기>는 회사에서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던 내게 상사가 추천해준 책이다. 사람들 앞에서 대표님께 크게 혼나고 난 뒤, 나의 불안함은 날로 심해졌다. 남의 시선과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생긴 증상이었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나를 조금은 쿨하고 산뜻한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정신질환 치료는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처럼 정신과와 상담 센터의 도움을 받는 동시에 내가 의지를 가지고 독서와 글쓰기를 하니, 감정 기복이 나를 괴롭혀도 꽤 살 만하다.


나의 조울증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발하기 워낙 쉬운 병이라 최소한 1년은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해야 한다. 언제 완치가 될지, 아니면 평생 완치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까지 조울증과 공항발작에도 용기있게 헤쳐나갔으므로. 앞으로도 나는 조울증으로 살아도 괜찮다.


he doesn't know (1).png


이전 18화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