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루하루 살아가기

by 오하루


최근 불안감이 치솟았는데, 그 이유를 찾아보는 상담을 했다.


"하루 씨는 완벽주의자죠?"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성격적으로도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자라온 환경에서도 그게 강화됐어요."


"1등을 해야만 했으니까요. 사랑받고 싶었고, 성공해야 했고, 그러려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완벽주의자의 최대 약점이 뭔 줄 알아요?"


"글쎄요."


"성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회피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하고 싶으니까 하긴 해야겠고..."


"! 맞아요. 저 진짜 그래요!"


침울해있던 나는 갑자기 좋아하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이런 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 두 개가 왔다 갔다, 머리를 어지럽히니까 불안 가중되는 거죠."


"맞아요. 하고 싶긴 한데 솔직히 실패할까 봐 두려워요. 정말 정말 잘해서 나를 알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까 봐. 예전처럼 못하겠어요."


"뭘 못하겠어요?"


한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글... 글쓰기요."


목이 매였지만 괜찮은 척 괜스레 선생님의 방을 둘러보았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유심히 보다가 키보드를 두들겼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자꾸 피하기만 하면 불안감은 해소가 안되고, 폭식증이나 공황 증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어요. 하루 씨는 잘할 수 있어요. 그럼, 다음 시간에 뵐게요."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간 따뜻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 쓰세요. 하루 씨.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까."


울컥. 눈물이 흐르려 했다. 애써 표정을 숨긴 채 '네'라고 짧게 대답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나는 완벽주의자.


완벽주의는 쉽게 말하면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다.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완벽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어딨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완벽주의자는 너무나도 안쓰럽다. 세상에 없는 이상적 존재를 믿고 갈구하면서 피, 땀, 눈물을 쏟으니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오만한가. 신처럼 완벽 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상이.


상담을 끝내고 완벽주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졌다.


완벽주의는 과도하게 높은 목표를 잡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성공과 성취에 대한 압박, 위기의식, 소진, 불안 등을 유발한다. 또한 자기 평가에 매우 엄격하며, 실패를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렇게 공부해놓고 보니 나는 완벽주의가 부정적으로 작용한 케이스였다. 스스로 실수 없이 완벽해지길 원하고, 그렇지 못한 자신을 과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완벽주의자는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새벽 6시 러닝을 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며 비난하는 것도 이젠 지친다. '실패도 경험이다, 실패해도 안 죽는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왜 여전히 완벽주의자인가.


그때 문득, 완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완벽 : 흠이 없는 구슬이란 뜻. 결함 없이 완전하다.
완성 : 완전을 이룬다.


벽의 한자는 흠이 없는 구슬이다. 완성의 한자는 완전을 이룬다는 뜻이다.


무슨 차이일까. 완벽은 흠, 즉 실패에 초점을 맞췄고, 완성은 이뤄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느껴졌다. 답답하고 막막했던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그래, 완벽하게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완성주의자가 되어보자.'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나 결함이 있다. 나는 조울증이라는 정신의 결함과 허리디스크라는 몸의 결함을 가졌다. 하지만 스스로 세운 하루 목표를 완전히 이루는 사람이다.


아침에 30분 러닝을 하고, 직장에서 8시간 일을 하고,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해내고 있다. 조울러인 나에게는 사소하고 당연한 일상이 목표가 된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뤘을 때 나는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자신의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려다 보니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했다. 설령 흠이 있더라도 나의 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초점이 맞춘다면 매일 나의 일상은 편안과 행복으로 차오를 것이라 믿는다. 부족한 식견이지만 완벽주의자에서 완성주의자로 나아가 보자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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