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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루 Nov 15. 2023

이제 일희일비하기로 했다.

선언하기



나는 참새였다. 지지배배.


오늘 하루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잘도 재잘거리는 자유분방한 아이였다.

그래서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고 겁도 참 많았다.

나는 학교 운동장에서 활동적으로 놀았고 발표도 곧 잘했다.

비록 그렇다 할 친구 없이 혼자였지만 나름 괜찮은 학교생활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부터 선생님에게 “쓰읍,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너무 자주 들었다.

주로 “조용히 해야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지.”, “힘들어도 참아야지.” 등의 말이 뒤따라 붙었는데, 마지막 화룡점정은 “그래야 착한 아이지.”였다.

닥치고 그냥 시키는 대로 살라는 건, 늘 표현하며 살았던 내겐 숨이 턱턱 막히는 족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꾹 누르며 살았다.

냉담한 어른들의 시선을 볼 때면 늘 심장이 철렁했기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대로 나는 정말 착한 아이, 착한 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착하게 굴었건만 막상 자라고 보니, 나는 언제나 탈출하고 싶어 하는 불행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항상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내가 있는 그곳에서 뛰쳐나가고자 했으니까.


이를 테면,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달을 넘기기 힘들었고 어떤 목적의식 없이 휴학계를 냈다.

심지어 수중에 100만 원도 없으면서 집에서 탈출했다.

1평 남짓한 고시원에 입주하자마자 가택신처럼 자리 잡은 바퀴벌레를 보곤 바로 후회하긴 했지만.

어쨌든 난 서른이 다 되도록 매우 기형적 형태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며 살았다.

남자도, 직장도, 꿈도 갈아타면서.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다른 어떤 곳도 아닌, 내 삶에서 탈출하고 싶어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죽고 싶었다.


왜 이렇게 자란 것일까. 도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고등학교 때 너무 공부만 해서 그런가?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해서?

의지박약이라서? 멘탈이 약해서?

혹시 성인 ADHD인 건 아닐까?


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십 권의 자기 계발서, 심리학 서적, 에세이, 인문학 소설과 수백 개의 성공자의 영상을 닥치는 대로 보고 들었다.


나는 왜 탈출하고 싶은 어른으로 자랐는가에 대하여.

나는 왜 깨어있는 16시간 내내 답답함을 느껴야 하는가에 대하여.

나는 왜 묵직한 억울함을 매달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나는 왜 내 마음대로 살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는가에 대하여.


이유나 알고 죽자고 덤벼들다 보니 되려 죽어도 죽지 않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답을 찾기 위해 몰두한 끝에 도달한 결론은 어이없게도 ‘착한 아이로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참으로 애썼다.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다 보니 항상 족쇄에 묶여 있는 듯 답답한 삶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감정을 올바로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는 거다.


자신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쌓이기만 하니, 자주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긴 시간을 방황하며 소중한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로 인해 나 또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윽고 죽음을 통한 자유를 갈망했을 때, 나는 내가 너무 멀리 왔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일희일비하기로 했다.


하나의 행복에 마음껏 기뻐하고, 하나의 아픔에 마음껏 슬퍼하고, 하나의 무례함에 마음껏 화내면서.

그렇게 감정을 오롯이 알고, 느끼고, 표현하고, 돌보기로 했다.


이 글은 감정에 무지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성숙한 어른들이 씌운 족쇄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한 나의 감정 해방 일지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감정 해방법을 교육받지 못한 나를 위한 지침서인 동시에 자신을 탓하고 평생 죄책감과 수치심에 젖어 살았던 나를 향한 부드러운 위로이자 뜨거운 애도이다.


더불어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동안 삶이 지치고 힘들었던 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당신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걸 안다고.


또 당신에게 권해주고 싶다.

이제 자유로운 감정 해방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자고.

마음껏 일희일비하자고.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느껴보길 소망한다.

이 벅차오르는 해방감을!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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