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하루 Dec 13. 2023

감정이 태도가 되는 사람은 찌질이다.

매너있게 표현하기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이나 한다고 무시해.”


한국 독립영화 <다음 소희>에서 배우 배두나가 말하는 대사이다.


이 영화는 졸업 전, 대기업 하청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고등학생 소희에 대한 이야기다.

명랑했던 소녀는 회사 상사의 갖은 구박과 고객의 욕설과 성희롱에 노출되면서 점점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내몰리고 결국 자살을 하고 만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실은 영화가 2017년 LGU+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 도중 자살한 여학생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감정 노동자.

언젠가부터 콜센터 근무자를 포함한 서비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그러나 비단 이분들만 감정 노동자일까?


직장인이라면 상사에게

자영업자라면 고객에게

사업가라면 투자자에게

가정주부라면 가족에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사람과 접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다.

특히, 우리를 존중해 주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감정 해방을 위한 여정에서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숨은 진짜 감정을 알게 되었다면 매너 있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말이 타인에게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주고 다 쏟아내라는 말과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감정이 소중하듯 눈앞의 저 사람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걸 명심하자.




매너 있다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아래 3가지 기준으로 감정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 감정 표현은 구체적으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나는 행복해”라는 말보다는 “오랜만에 한강에 와서 너희랑 노니까 즐겁고 행복해”와 같이 이유와 함께 감정을 말한다.

그러면 말을 하는 나도 감정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고, 듣는 사람도 감정 공유가 쉬워진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풍성해지며 유쾌한 티키타카가 이어질 것이다.



2. 비언어적 요소도 고려해서

비언어적 표현은 언어를 제외한 얼굴 표정, 몸의 제스처, 목소리 톤 등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감정 스트레스 없는 소통을 위해 항상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두 가지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사과하는 상황]

표현할 감정 : 미안함, 속상함, 긴장감

얼굴 표정 : 미안함과 약간의 당황이 엿보이도록 눈썹 찡그림

몸의 제스처 : 두 손을 가슴 쪽으로 모아들며 고개를 살짝 숙임

목소리 톤 : 속상함이 담긴 호흡과 함께 자기 톤보다 약간 높아지다가 말끝은 페이드아웃


[의견을 말하는 상황]

표현할 감정 : 활기찬, 자신감, 확신

목소리 톤 : 명확한 발음, 자기 톤보다 무겁게, 말끝은 낮게 내리며 짧게 끊음

얼굴 표정 : 입꼬리에 약간의 미소

몸의 제스처 : 강조할 부분에서 손바닥을 펴고 물건을 가르키는 듯한 손동작 활용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

혹시 이렇게 의도한 감정 표현 방식이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실천해보고 논해보길 권한다.


자신의 감정이 더욱 명확해지고 말에 진심이 담기는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성이 놀랍도록 개선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3.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수록 매너있게, 단호하게

나는 다양한 감정 가운데 기분 나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 감정을 참는 것은 정말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표출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홧병이 난다.


그래서 불쾌함을 그대로 표출해서 상대와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

혹은 반대로 그렇게 될까봐 꾹 가슴에 눌러 담아두다가 한 번에 펑 터져버린 적도 있다.

거의 평생을 두 가지 경우를 오갔는데, 그러다보니 감정소모가 너무 심해서 다 때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여러 관계가 깨지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꼭 불같이 화를 내거나, 신경질적으로 짜증내지 않아도 홧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무례한 사람이 나를 자극할 때 오히려 한템포 쉬어보자.

그에게는 없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단단한 어조로 명확히 이야기해보자.

“당신의 무례함이 굉장히 불쾌합니다.”라고.




어떤 이들은 큰 착각에 빠져있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뿐이야!’라며 자신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감정 표현을 개인의 자유라며 합리화한다.


하지만 감정이 태도가 되었던 미성숙한 사람들로 인해 벌어진 수많은 사건을 보자.


가정 폭력이 낳은 비극,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학교 폭력으로 인한 평생의 상처,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평범한 누군가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지극히 잘못된 방법으로 표현한 탓이다.

적어도 우리는 감정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P.S 감정이 태도가 되어 버럭 올라오는 사람도 문제지만, 타인과의 관계성 때문에 부정적 감정을 꾹 감추고 참는 것도 자신을 병들게 한다. 위 세 가지 방법으로 단호하지만 정중하게 불편함을 표현해 보자. 그렇게 했음에도 되레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믿고 거르는 게 멀리 봤을 때 훨씬 나으니.

이전 04화 나는 왜 내 남자에게 화가 났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