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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와 맥주와 레몬 Aug 08. 2022

불편한 동거

여름아 널 좋아하지 않았어.




입추가 지났다고

밤이 되니

열어놓은 창문 밖에서

어렴풋하게 가을의 소리가 난다.


아직은 이렇게 더운데도 얼굴을 내민

새로운 계절의 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귀뚜라미인 건가? 이름 없는 풀벌레인가?

찌르륵-찌르륵 4분의 2박자 정도로 울고 있다.

그런데 웬걸?

거실 창문 옆 나무에서 매미가 별안간

위융-위융-위융유융- 고함을 질러댄다.

완전히 어긋난 불협화음이다.


이렇게 며칠간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다

결국은 떠나가겠지.


오늘은 아직 갈 때가 아니라면서

갑작스럽게 화를 내고 있지만

너도 알고 있다.

곧 떠날 채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우렁차게 고함을 질러대다가 갑자기 사라지면

널 좋아하지 않았던 내 마음이

괜스레 미안해질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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