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스 골목길을 따라 쭉- 걷다가
잠깐 쉬어가기로 했다.
어느새 욱신욱신 아파오는 발가락들 때문에
어디로 갈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에 띠는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치익-치익-
눈 앞에서 구워지는 꼬치들의 냄새는
자연스레 안주가 되고,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대화들은
어느샌가 배경음악이 되는 시간.
묵직한 맥주잔을 들어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주변에는 나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
하지만 분명 나는 이방인.
그래서인지 더 홀가분한 해방의 일탈감.
나긋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안주들을
입 속에 넣어보며
'좋다-' 라는 두 글자를 내어봤다.
뺨에 분홍빛 색을 더한 얼굴들이
하나 둘 가게를 나가고,
핸드폰 시계를 보니 어느 덧 늦은 시각.
나도 이제 좀 가벼워진 발가락들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아까와는 많이 달라진 골목의 풍경.
눈 앞에 하나 둘 우산들이 펼쳐졌다.
비 때문에 더 차가워진 바람에
겉옷을 걸치고 다시 걸음을 떼어본다.
우산을 쓴 사람들 사이로,
전단지를 나눠주려고 준비 중인 사람 둘이 보인다.
잠깐 바라본 사이,
그 둘은 점점 나와 거리가 좁혀지고
둘 중 한 명이 자신의 비닐우산을 건넸다.
잠시 들어달라는 것인지,
아님 우산을 쓰라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전혀 일본어를 못하던 시절의 나,
그에게 영어로 물었지만
그냥 우산을 쓰라는 듯한 손짓, 몸짓을 보이면서
미소를 보였다.
평소에 의심많던 나도
여행이라는 이유에서인지
이 곳의 분위기 때문인지
고맙다는 어색한 말을 하며 우산을 건네받았다.
손까지 흔들며 우산을 주고 간 사람들.
왜 우산을 주었는지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받아든 투명 우산 위로
빗방울이 톡!톡! 기분좋게 떨어진다.
진심엔 진심으로 답해야겠지.
언제가 다시 마주칠 수는 없겠지만
그 희박한 가능성에도 진심을 담아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