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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미정 Mar 24. 2017

엄마, 가지 마!

지금 허락되지 않은 것들을 원하고  지금 허락된 것들을 거부했다.

"엄마, 가지 마!"

악기를 메고 나서는 엄마를 보며 아이가 울먹인다. 

"엄마, 나도 가면 안 돼? 엄마랑 있고 싶어."

다섯살... 이제 유치원에서 적응도 잘 하고 평소에 순하고 전혀 문제없는 아이이다. 동생이 생긴단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엄마를 붙들고 놓지 않는다. 실랑이 끝에 마침내 아이는 으앙!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는 리허설 시간에 쫓겨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겹게 돌린다.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다. 아이를 떼어놓고 오면서 우느라 눈이 퉁퉁 부어 나타난다. 

"일을 좀 쉬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엄마앙~~~~~아아앙! 나도 따라 갈래~!!! 엄마~~~~~~~~아아아아아앙!!


일하는 엄마들은, 특히 우리처럼 띄엄띄엄 일하는 엄마들은, 꼭 한번쯤 거치는 관문이다. 처음 엄마와 떨어지는 아이... 아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엄마도 힘들다. 나도 그랬다. 겨우 돐 지난 아이가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우는 걸 억지로 억지로 어린이집에 떼어놓고 나왔다. 나도 펑펑 울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엄마가 너랑 영원히 같이 살 수도 없는 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한번은 거쳐야 해... 떨어지는 연습...' 

이렇게 모질고 어리석었을까. 


돌이켜 보면 아이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늘 다른 데 가 있었다. 

지금 하지 못하는 일

지금 하지 못하는 공부

지금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

지금 먹지 못하는 음식

그리고 

지금 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일들

지금 만날 수밖에 없는 달갑지 않은 사람들


지금 허락되지 않은 것들을 원하고 

지금 허락된 것들을 거부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사랑한다" 말을 하면 그게 사랑이 되는 줄 알았다. "사랑한다" 말을 하면 불안한 마음이 숨겨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은 말을 넘어선다. "사랑한다" 고 말을 하건 안 하건 아이한테는 상관없다. 사랑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면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행복해 한다. 내가 불안하면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불안해 한다. 같이 있어도 불안한데 그나마 엄마가 떠난다 싶으니 더욱 불안해지는 것이다. 

나의 이런 불안한 마음을 아무런 여과없이 보고 자란 게 큰 아이다. 그래서 큰 아이한테 항상 미안하고 짠하다. 서툰 엄마의 서툰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았을까. 

아이는 사랑을 원하는데 

서툰 엄마는 당위와 의무를 강요했다. 

아이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이야기하는데 

서툰 엄마는 지금 해야 하는 것을 강요했다. 

아이는 위로받기 원하는데 

서툰 엄마는 쉴새없이 다그쳤다. 

그래야 "잘 살게" 되고 

"잘 살아야" 행복해진다고. 


잘 산다는 게, 행복하다는 게 뭔지 나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아이는 참 잘 자라주었다. 이제 곧 스무살이 된다. 속이 깊고 정도 많다. 서툰 엄마 아래서 이렇게 잘 자라 준 건 서툰 엄마의 말을 제대로 안 들은 덕분이다. 그래서 100점 만점에 20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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