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어떠한 위로도 섣부르다.
<죄 많은 소녀, 2017>
시작부터 끝까지
숨은 똑바로 쉬었는지,
물 한 모금 마시기 어려웠다.
여기저기
끊임없는 찬사와 추천.
커져버린 기대감에 내심 실망하면 어쩌나.
자나깨나 스포조심, 바쁜일상 잠시잊고 이제야 만난.
(같은 극장에 마침 방문한 손예진 배우에 아랑곳 않고.)
다짜고짜 전여빈 배우.
초점 없이도 섬뜩하고 강인한 눈빛,
신들린 듯한 연기는 아직도 소름과 잔상이.
(영희를 더 영희스럽게, 더욱더 불안정하게.)
치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시나리오,
롱테이크, 텐션 등 신인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선우정아 음악감독의 몽환적인 사운드는 덤.
어떠한 사실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상상력 유도를 빙자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개개인의 잊고 있던 기억 속 숨은 감정의 조각들을 끄집어내
잘근잘근 곱씹어보도록 만드는,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는
아주 잔인한 시도를 하게끔 만드는 작품인 듯 했다.
(그리고 그 감정 속에서 공감과 치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미성숙한 존재들에게 죄를 씌우는 과정이
얼마나 쉽고도 잔인한 일인지.
모든 잘못은 어른에게 있다.
경민엄마.
배려라곤 없는 악마.
어른이라는 보호막 아래,
현실에서 가장 마주하기 싫은 이기적인 꼰대.
경민이를 죽인건 바로 당신이라고 내 맘대로 해석하고 싶다.
나도 어느 덧 누군가의 남편이자 가장으로 살아가는 어른이지만,
아직도 나는 이기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꼰대 어르신들에게 환멸을 느끼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 '경민엄마' 라는 인물이 딱 그에 적합하다.
텐트가게 직원이 아무리 친절히 응대해도, 큰 텐트를 달라는 본인의 할 말만,
마중나와 인사하는 직원에게 눈길 한 번 줄 수 없을 정도로 자기만 생각하는.
영화에서는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부모라는 보호막 아래 숨어 있지만,
남편한테 대하는 언행, 경찰에게 본인 감정만 앞세우는 이기심,
영희라는 아이에게 어른으로서 도저히 하지 말아야 할 모든 행동들 까지.
마지막 장면에서 고기조차 잘 썰리지 않는 나이프를 맨 가슴도 아닌 두꺼운 외투 위에
약하게 찔러대며 여전히 보여주기식 마음 아픈 '환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습에서
영희는 꼭 그 사람에게 시원한 복수를 했기를 바라며,
지극히 감정적인 리뷰를 마친다.
엔딩 크레딧마저 사라진 블랙아웃.
단 한 명도 자리를 뜨는 관객이 없던 낯선 광경.
(상영관좀 풀어줘도 되겠던데, 물괴가 득실득실.)
"감히 어떠한 위로도 섣부르다."
"죽음만이 진심을 표현해줄 유일한 수단이 되어가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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