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폐해
세 번째로 미디어의 폐해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저자 역시 소셜 미디어를 애용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페이스북 아이디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소셜 미디어는 두 가지 순기능이 있다. 첫째는 요즘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최적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카카오톡도 심지어 잘 안 쓴다. 인스타그램 DM(Direct Massage)가 더 자주 쓰인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고 있는터라 카톡에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이 유용한데 DM은 그런 부가적 기능이 별로 없다. 게다가 휘발성이 크다. 어렴풋이 예상되는 것은 바로 이 휘발성에 있지 않나 싶다. 깊은 관계가 아니라 적당한 관계. 언제든지 날려버릴 수 있는 가벼운 관계. 아무래도 요즘 세대는 깊은 인간관계에 피곤함과 염증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동기부여다. 바로 이 두 번째 이유가 소셜 미디어의 폐해로 작용되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셀럽들의 삶은 그들의 24시간 중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근거와 기준을 들어 설명할 수 있지만 보편적인 삶의 방식(라이프 스타일)을 기준으로 논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조작하는데 선전의 도구로 쓰인다. 21세기의 프로파간다, 살아있는 괴벨스. 기업은 셀럽을 이용해 적당히 아름다운 삶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선입견을 준다. 예를 들어 캠핑을 주제로 다룬 소셜 미디어를 생각해 보자. 방수도 되고 실내도 넓고 모양도 예쁜 노르디스크 같은 비싼 텐트 앞에 멋들어진 선남선녀가 앉아있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각종 스탠리제 고급 집기류들이 비치되어 있다. 간이 주방, 식탁 등이 있다. 심지어 널찍한 실내에는 침대와 카펫, 독서대, 스탠드, 빔프로젝트와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죄다 명품으로 치장되어 있다. 모닥불 은은한 장면 위로 별이 쏟아진다. 그 옆에는 메르세데스 지바겐이 강렬한 직각의 차체를 살짝 드러낸다. 이런 장면은 은근하게 우리에게 캠핑은 이렇다는 기준을 만들어주고 선입견을 갖게 한다. 결국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과소비를 통해 그 모든 것을 구비하거나, 포기해서 캠핑 자체를 거부하거나.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캠핑을 저렇게 할 이유가 없다. 날씨가 좋다면 심지어 군대에서 쓰는 판초우의로 지붕만 만들어도 전혀 문제없다. 집에서 사용하는 식기류를 그냥 들고 와도 된다. 불 피우는 것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큰 식용유통에 구멍을 뚫어 만들면 최적의 화로가 된다. 이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우리는 그들의 만들어놓은 규격에 짜 맞춰져 있다. 프로쿠르스테의 침대처럼.
결국 이렇게 맞춰진 세상의 기준에 아빠의 역할까지도 고정되어 버렸다. 아빠의 능력을 소셜 미디어에 나오는 성공한 남성들의 기준에 맞춰서 성공한 아빠, 실패한 아빠로 나눠버린다. 아이폰을 사주지 못하는 아빠는 실패한 아빠고, 최신 아이폰을 1년마다 바꿔주는 아빠여야지만 성공한 아빠가 된다. 자녀가 이렇게 성장한 것 역시 생각해 보면 아빠 스스로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며 아이를 그렇게 키워온 것은 아닐까? 소셜 미디어는 그렇게 세상을 규정지었다. 나는 소셜 미디어를 한다. 나 역시 우리 가족들과의 행복한 삶을 노출시키고, 아내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표현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내 삶도 성공한 삶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내가 드러내는 내 삶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이다. 누구나 행복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삶이다. 어찌 보면 세상이 정한 기준을 타파하고자 하는 작은 혁명 활동이다. 소셜 미디어의 셀럽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모두가 맞춰 살 필요 없다는 것. 행복은 누구에게나 다른 이름으로 다가오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천부인권이라는 것. 예뻐서, 돈이 많아서, 지식이 많아서, 높은 직급에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그것이 일이기 때문에 지금 행복해 보이지만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이 즐거울 수도 있지만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소셜 미디어 속에 있지 않다. 지금 사랑하는 아내와 대충 차려입고 슬리퍼를 신고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명품 옷을 걸치지 않고도, 벚꽃이 휘날리는 멋진 도로를 걷지 않아도, 손에 꼭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필요한 건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면 된다.
아빠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소셜 미디어를 보고 결정하지 말라고. 내 행복은 정사각형의 작은 사진 안에 있지 않다.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체는 오직 나여야만 한다. 하지만 내 삶을 불행하게 만들 이유는 정말 수백, 수천 가지가 있다. 오늘도 앉아서 무심코 넘기는 소셜 미디어 속 화려한 삶 속에 자괴감을 느끼고 한숨을 쉬고 있다면. 내 삶도 그래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느껴 고통스럽다면 차라리 지금 바로 핸드폰을 끄고 아내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가자. 적어도 밝은 햇빛과 시원한 공기. 지저귀는 샛소리는 이 봄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이니 마음껏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