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가르침
2020년 경에 100만 유튜버(2023년 현재 460만 구독자 보유)로 유명해진 미국의 한 평범한 시민이 있다. 온라인 아빠 역할을 자처하며 'Dad, How I do?'라는 채널을 개설했는데 그의 배경에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알코올 중독인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런 경험에서 아빠의 부재를 크게 느끼며 살았고 어른이 된 그가 선한 영향력으로 온라인 아빠 역할을 자처하며 채널을 만든 것이다. 현재 약 220개의 영상이 업로드된 이 유튜브에 담긴 영상들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이 보이는 것들이다. 넥타이 매는 법, 면도하는 법, 타이어 교체 하는 법 등.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끙끙 앓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 첫 회사 면접 때 넥타이를 맬 줄 몰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르신께 부탁드렸다는 후기가 종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것을 모르고 자라는 것은 크게 보면 공교육에서 진짜 필요한 교육을 하지 않았다거나 가정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교육은 대다수 엄마가 아닌 아빠에 의해서 가르침을 받는다. 그뿐 아니라 정서 발달, 지식 발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빠의 양육 태도, 양육 참여도에 따라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인터넷에서 아빠, 양육과 같은 키워드로만 검색해도 무수한 논문과 관련 자료들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의 효과는 비단 아들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다. 딸에게 있어서도 중요하다.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모습을 봐오고 아빠로부터 사랑받은 딸이 자존감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흔하다. 딸에 대한 성교육 역시 아빠가 관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정 내에서 아빠의 역할은 지대하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아빠의 책임감을 거룩한 부담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아빠의 역할이 다음 세대에 인류의 문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정도라고 하면 너무 비약적인 표현일까? 아니다. 정말로 그렇다고 과감하게 말하고 싶다.
수십만 년에 걸쳐 인류가 역사를 갖고 발전해 온 이면에는 그것이 대대손손 전수되는 지식에 있었다. 그것이 다른 동물들과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글로 역사를 남길 수 있다는 것, 기록으로 지식을 전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수되는 지식은 기능적인 부분만 충족할 수 있다. 아빠의 존재가 직접 입으로, 손으로 전수해 주는 따스한 산 지식이 비로소 기능적인 부분이 아닌 역사로 발전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아빠들은 그런 역할을 대다수 잘 수행해 왔다. 하지만 고도로 산업화되면서 아빠의 역할을 빼앗겼다. 가정을 돌보아야 할 아빠들은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더불어 아빠가 가져야 할 지식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기 포기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배우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입시 공부에 열중인 사회 현상 때문에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에만 매몰되었다. 그래도 대한민국 사회는 징병제라는 제도 덕분에 군대에서 반강제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은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군대는 그런 교육을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입대 전과 입대 후 인간의 성장은 고사하고 되레 퇴보하는 현상까지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서 결혼을 더 꺼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결혼 정보 회사 듀오 설문조사 참고) 이 현상에 대해서 개개인별 이유는 다를 수 있겠지만 여자들 입장에서는 결혼하면 아들 하나가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요즘의 가정은 아빠가 아닌 엄마가 돌보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요즘 가정은 엄마의 역할이 도드라진다. 아빠가 해야 할 많은 역할들이 현대 사회의 편의성에서 사라졌다. 채집과 수렵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아빠들은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 대신 일을 한다고 하지만 일을 하기에는 맞벌이 부부에게 있어서 엄마도 마찬가지다. 옛날로 치면 사냥을 엄마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집을 짓고, 보수하는 등 대단히 전문적이고 체력의 소모가 큰 일 역시 요즘엔 아파트라고 하는 너무 편한 주거 형태가 대신해주고 있다. 아파트를 사는 것은 사실 남자에게 제일 유리한 것이다. 그 외에도 너무 많은 기술의 발달이 아빠들의 역할을 빼앗았다. 그에 비해 엄마들의 역할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아무리 배달 음식, 간편 조리식이 발달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집밥이 최고라는 인식 덕분에 요리를 해야 하고 대다수 요리는 엄마의 몫이다. 설거지, 빨래와 같은 집안이 들 역시 많은 자동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식기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 진열장에 넣는 행위, 빨래를 개는 행위와 같은 일들을 남아있다. 또한 엄마의 몫이다. 자녀를 돌보는 일과 자녀가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기는 여러 문제들(가정통신문 확인, 알림장 확인, 자녀 상담, 소풍 도시락 챙기기, 자녀 옷 구매, 준비물 챙기기, 숙제 봐주기 등) 역시 대다수 가정에서는 엄마의 몫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것이 자신의 인생일 낭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결혼을 하고 싶을 리 없다. 자녀를 낳고 싶을 리 없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아빠들은 아마 나는 안 그런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까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미혼의 남성이 결혼 후에 나는 이런 일들을 다 할 수 있고 잘 해낼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결혼 전 온갖 감언이설로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결혼 후 돌변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가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 저출산이 큰 문제다. 저출산 문제는 너무나 다양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풀어내는 것은 한 세대에 걸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해당 정권에서 빛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가장 쉬운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빠들은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것이 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정부의 정책이 어떻든, 사회적 현상이 어떻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남자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큰 성장일 수 있다. 레벨업의 끝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걸국한 부담감을 가진 숭고한 아빠의 역할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고민해 봤을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우리가 그런 교육을 받아봤을까? 우리는 얼마나 한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진짜 교육을 받아봤을까? 좋은 아빠로 성장하고, 좋은 아빠의 역할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아빠가 되는 것뿐 아니다. 사실 그것은 더 중요한 배경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행복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성장의 밑거름이라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