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당신들의 성공이 우리의 존재 의미를 더하게 합니다.

by 제주 아빠

* 방탄소년단의 UN 연설과 관련한 기사에서 사진을 가져왔습니다.(구글 검색 키워드 : 방탄소년단 UN)


방탄소년단을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레바논 파병을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레바논에 파병 갈 때 레바논 주요 인사를 한국에 초청하여 연수를 시켜주는 방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는데 내 직책상 그 사람들을 인솔해서 한국 문화를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특히나 레바논 장군, 유력 정치인 등을 안내를 맡았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많이 궁금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들도 막상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한 장군이 나에게 처음으로 부탁한 것은 딸아이가 간절히 부탁했다며 음반을 사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그때 부탁한 음반이 바로 BTS와 아스트로. 음악을 즐겨 듣지만 보이밴드 음악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교보문고에 가서 방탄소년단, 아스트로를 물어보는 것조차 생소할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 굿즈까지 사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하는데 명동까지 뒤져가며 샀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도 모르는 가수가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채 지워지지 않아 유엔의 블루 헬멧을 필요로 하는 그곳 레바논에서 유명한 데다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군인이라 맨날 쓰던 방탄헬멧의 방탄을 딴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상당히 어색하게 들리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한류문화가 이 정도였나 하는 기대감과 뿌듯함이 일렁였다.


열사의 땅 레바논에서 임무를 마치고 이어 한국에 돌아와 정신없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된 것은 'Fake Love'라는 곡을 발매했다는 소식과 이어서 UN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레바논의 소녀들에게 방탄소년단에 대해 들은 바는 있었지만 돌아와서는 줄곧 잊고 지냈던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선전을 내심 기대했기에 UN 연설 대목에서는 특히나 반갑고 놀라웠다. 이미 2년 전 레바논에 갈 때 그들이 중동의 소녀들에게 인기 있는 보이밴드였다는 것을 왠지 나만 아는 비밀 같다는 생각에 묘한 울림이 더해졌다. 그들의 UN 연설은 전 세계의 차별당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다. Speak yourself. 이 두 어절의 짧은 외침이 RM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유튜브와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전 세계의 아미들이 그 순간 동시에 위로받았을 것이다.


나 역시 실시간 생방송으로 보진 않았지만 후에 이 영상을 찾아보고 전율을 느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2년 전 교보문고에서 레바논의 어떤 소녀에게 건네질 BTS의 앨범을 고르는 그 순간 그들이 내 옆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고 나에게 이 세상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하자고 말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레바논은 전쟁의 상흔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고 아직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며, 지독한 가난과 차별, 여성에 대한 폭압이 잔재해있다. 그곳의 어떤 소녀는 BTS의 외침을 듣고 치유되며, 용기를 얻고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내가 전율을 느낀 부분... 바로 내가. 내가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보이밴드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병사로 군 복무하던 시절 선임병의 괴롭힘과 간부들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내었지만 묻혔던 그 순간 내가 직접 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시작한 군생활이었다. 그 후로 끊임없이 작지만 우렁찬 내 목소리를 내어왔고, 젊은 장병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을 역설하며 함께 바꿔나갈 동료를 구해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려운 순간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RM의 연설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을 뚫고 지난 4월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가 한국을 방문했다. 영국의 유명 밴드인 콜드플레이를 떠올리면 이어서 비틀즈, 축구, 007 시리즈 등이 떠오른다. 21세기에도 여전히 그들의 문화 영향력은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지금도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그들이, Snobbish people이 한국에 왔다. 당시에는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쳤지만 얼마 전 빌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두 밴드가 협업한 작품이 차트 1위에 오르는 놀라운 기적을 선사한 'My Universe' 작업 때문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 시대에 지구별 시민들에게 부드러운 뮤즈의 손길로 치유를 선사하는 이곡이 요즘 나의 귀를 매일 즐겁게 한다. 그리고 나는 RM이 말한 대로 그리고 그들이 앨범을 통해 외친 것처럼 Love myself 하고 있으며, Speak myself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시간은 연결되어 있어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 존재를 뚜렷이 알 수 없을지라도 나는 그들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들 덕분에 우리 존재의 의미가 더 해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그들 역시 이런 나의 감사를 통해서 또 한 번 Love yourself 하기를 기대해본다. 군대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에 앞서 전쟁 억지력을 통해 전쟁을 방지하는 데 있다. 생명과 재산이라고 하면 약간은 구시대적인 느낌이 든다. 생명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재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는 결이 다르다고 느낀다. 재산(Property)이라기보다는 가치(Value) 혹은 문화(Culture, Spirit)가 더 타당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이 순간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오늘도 이 나라의 불침번이 되어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장병들이 존재하는 것은, 망망대해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순찰을 돌며 시민들의 편안한 밤을 지켜내는 것은 바로 김구 선생께서 말씀하신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대한민국'을 위해서다.


콜드플레이가 방한할 수 있던 것은 그들이 BTS와 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60만 대군이 뜬 눈으로 이곳 한반도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전이 보장되었기에 비틀즈의 나라에서 콜드플레이가 이곳에 온 것이며, 그렇게 마음껏 높은 문화의 힘이 콜라보레이션 되어 빌보드 차트 1위에 빛나는 'My Universe'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BTS를 가진 나라다. 'My Universe', 'Butter', 'Dynamite'를 가진 나라다. 김구 선생께서 꿈꿔오신 높은 문화를 가진 나라다. 그 높은 문화를 우리 60만 장병들이 지키고 있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옆에서 일하는 일병을 붙잡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네가 오늘 이곳을 지켜주었기에 BTS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대한민국을 오늘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고. 너에게도 'My Universe'의 지분이 있다고. 훗날 전역한 그 친구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자랑스레 자신이 BTS의 Public Guardian이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BTS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들이 이뤄낸 높은 문화의 힘은 내가 나라 지키는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해 주었다고. 우리 장병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고 이 나라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었다고. BTS에 이어 NCT 127이 세계 무대에 나설 시동을 걸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전 세계 83개 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했다고 한다.(인도에서도 잠깐 1위를 했어서 사실상 모든 국가에서 1위를 한 번씩 해보았다.) 앞서서 활동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40억 뷰를 달성했다. 조금 멀리 앞으로 시간을 돌리자면 신라시대 한반도는 동아시아권 무역의 중심지였고 해상왕 장보고가 있었다. 신라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산둥반도 일대에 신라방 등을 운영하였고 일본인 승려 엔닌은 입당구법순례행기를 통해 신라의 높은 문화의 힘을 칭송하였다. 우리는 저력이 있다. 특히 문화의 저력을 가졌다. 창조적이고 창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라고 하는 곳은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자 대양의 시작점이기에 문화의 흐름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잠시 윗동네가 시끄러워 길이 막혀있다. 그럼에도 하늘길, 바닷길이 뚫려있는 덕분에 문화가 흐르는 숨결을 막을 수는 없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분명하다. 그 문화를 윗동네에 알리고 윗동네에서 행여나 질투심에 파괴본능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다. 높은 문화의 힘과 동시에 높은 무력의 힘을 같이 갖춰야 하는 것이 이 좁은 반도의 비극이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가 있어 높은 문화의 힘이 발현할 수 있다고. 그리고 장병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 덕분이라고. BTS에게도 말하고 싶다. 당신들의 존재 덕분에 우리의 존재가 더욱 의미 있어졌다고. BTS, 60만 국군 장병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Let's love ourselves.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발 정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