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에 대한 고찰
직업 군인에게 있어 가장 큰 이슈 두 가지는 진급과 장기복무일 것이다. 모두 다 계속 일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업 군인은 사실상 평생 비정규직과 흡사하다. 진급이 안되면 전역해야 한다. 그래서 진급에 관심이 많다. 진급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그런 이유 때문보다는 내가 그 계급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었는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다. 끊임없는 성장이 핵심이다. 그래서일까 후배들이 장기복무에 관해 물어보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이 일을 해서 행복한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 첫 번째 질문이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다면 행복해야 한다. 게다가 일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무엇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게 불행하다면 인생 자체가 불행해질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한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각자가 찾아내야 한다. 그것을 찾기 위해 선결조건은 나 스스로를 얼마만큼 자각하고 있는가 일 것이다. 그를 통해 내가 느끼는 행복을 찾고 그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행복한 직업을 찾아야 한다. 행복한 직업 군인이 행복한 군생활을 하고 행복한 군생활이 행복한 병영문화를 만들고 우리 장병들도 행복하고 장병들이 전역해서 국민이 되어 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니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직업군인의 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둘째, 이 일이 나를 성장시키는가?
행복을 알았다면 다음은 성장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미생이다. 하물며 성장하지 않는다면 퇴화뿐이다. 성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통해 지식을 쌓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창조적 성장을 갖기 위해 나와 직업은 서로 협업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직장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직장인지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한다. 단순히 반복되는 노동일지라도 분명히 나에게 맞는 성장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직업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직업일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한 직종이라면 성장이 멈출 수 있다. 그 와중에도 성장을 이뤄내는 누군가도 있지만 그게 안 되는 사람이라면 성장시킬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셋째, 내가 이 직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가?
그 일(직장)이 나를 성장시켰다면 나 역시 그 직장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최소한의 직장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동시에 환원 시스템이다. 그렇게 성장시킨 직장이 나와 내 후배를 또 성장시킬 것이다. 소령 계급인 나는 나의 후배들이 결코 내 수준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다그치기보다 지도하고 기다린다. 그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직장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그들이 더 높은 계급이 되었을 때 성장된다면 이 조직 자체가 성장하는 것이다. 내가 당장의 성과와 나의 평가에 매몰된다면 그들이 성장하길 기다리기보다 당장 결과물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어떠한 방식을 써서도 얻어낼 수 없는 결과물이라면 당연히 내가 이 직장을 성장시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나에게 던진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이 일이 행복하고 즐겁다. 또한 이 일은 나를 매우 성장시킨다. 하루하루가 공부고 성장이다.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또한 나 역시 이 조직을 성장시키고 있다고 자부한다. 헤브루타 방식으로 후배들과 대화 나누며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 즐겁다. 그들이 장기복무를 해서 계속 군에 기여하던 나가서 사회에 기여하던 어쨌건 그러한 교학상장의 시간이 군과 사회를 성장시킬 것이기에 나의 계급에 걸맞은 성장을 이뤄내고 있으니 또 행복하고 뿌듯하다. 이러한 환류 시스템이 내 삶에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직업선택에 고민이 있다면 한 번 내 방식으로 물어보길 권장한다.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새로운 직장이 과연 이 질문에 부합한 지 물어보자. 인간의 삶에 있어 직업은 단순히 먹고사는 원초적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곧 삶이고, 성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