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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제주에 바치는 헌시

by 제주 아빠

고향


지음 : 이희성


아득히 먼 옛날

태초의 힘이 바다 깊숙히 가라앉아

신의 계시에 눈을 번쩍

눈 깜짝할 사이 천지가 개벽되어 하늘 높이 솟은 이곳 제주땅


끓는 용암 가득 바닷물 품고 식어가련만

거뭇하고 구멍 많은 현무암 돌 위에

생명의 기운 하나 없이 외롭게 수만년 바다 벗삼아


그 기원도 알 수 없는 작은 씨앗 하나 비좁은 구멍에 자리 잡고

바람에 깎인 돌이 흙이되어 씨앗 덮어주고

바닷물은 증발해 비되어 다시 내려 씨앗 적셔주고

그렇게 시작된 작은 생명의 숨결이

지금은 온 섬을 덮어 인간의 발길 허락치 않는 깊은 생명의 숨골을 창조해낸다.


처음부터 주인이 없던 곳이라 그 누구라도 올 수 있고 그 누구라도 품어주는 제주

수십만년 전 알 수 없이 날아온 씨앗마냥 나도 제주에 터를 잡는다.

이젠 이 곳이 나의 고향이 될터이다.

그때도 그런것처럼 제주의 현무암은 제살을 깎아 나의 흙이 되어주고,

바다는 다시 비가 되어 나의 물이 되어 준다.

바람도 더 해 육지에서 어지러이 흩어진 내 마음 날려주니

제주와 한 몸이 되어 나의 깊은 생명의 숨골 이곳에 뿌리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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