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남미, 유럽이 축구 잘하는 이유 분석
개똥철학입니다.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FIFA 랭킹 세계 1위의 브라질에게 4:1로 패배했다. 정말 잘 싸웠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꼈다. 도대체 남미는 왜 이렇게 축구를 잘할까. 그들의 몸놀림을 보면 사실 수준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개개인의 역량 자체가 월등했다.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선수 한 명 한 명의 능력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고 느꼈다. 물론 우리나라 선수 중에서도 브라질 선수보다 잘하는 사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손흥민 선수처럼.
그런데 도대체 남미, 유럽은 왜 이렇게 축구를 잘하는 것일까?유럽은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의 영향을 받기도 했을텐데 남미는 왜 일까? 역사상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 전체 중 딱 1명만 남미, 유럽 사람이 아닌 것을 봐도 넘사벽이라고 느낀다. 아시아는 한 명도 없고 딱 1명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선수 조지 웨아(지금은 라이베리아 대통령)다. 아마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나오면 좋겠지만... 물론 발롱도르 선발 과정 자체가 편파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인 메시 같은 선수를 보면 완전 말도 안 되는 편파는 아니다.
나는 축구에는 문외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이것을 해석해보고자 한다. 인문학적으로는 운 우라푸 신화가 있겠다. 축구와 비슷한 경기를 3천 년 전 마야 시대 때부터 했다고 한다. 게다가 골대가 농구골대처럼 되어 있었다고 하니 엄청나다. 그런 경기를 마치 우리나라 아이들이 태권도 학원 다니듯이 남미에서는 축구를 하는 거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태권도 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큰 이유를 지정학적, 지경학적, 사회적 이슈로 고민해보았다. 이 글에 앞서 정말 비전문가의 개인적 의견이니 불쾌해하는 분 없길 바라고 무엇보다 비교 대상이 되는 지금의 선수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도 하나 없음을 밝힌다.
유럽이 축구를 잘하는 것은 조금 더 후천적이라고 본다. 교육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고 그만큼 많이 투자를 하는 것이다. 또한 유럽 사회와 같은 선진국의 특성이 내가 늘 주장하는 바와 같이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꿈을 이루고 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축구를 꿈꾸는 많은 어린이들이 마음껏 걱정 없이 이 꿈을 향해 정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남미가 축구를 잘하는 것은 남미의 현재 사회를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남미 국가들은 정말 경제적으로 거의 폭망 수준이다.(브라질, 멕시코 제외) 치안도 엉망이고 국민들에게 희망이라곤 없다. 축구가 거의 유일한 희망이 되는 것이다. 남미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야말로 소위 말해 개천에서 용 나는, 계층 사다리를 타는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계층 사다리는 서울대 의대, 법대와 같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이다. 하지만 남미 사람들에게는 서울대 의대보다 축구 선수가 더 매력적인 것이다. 축구는 사실 단순히 신체적 능력만 갖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야 하고, 상대방의 심리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며, 그 가운데 나의 역량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여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당히 머리가 좋아야지만 모든 것을 메타인지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머리 좋은 사람들의 표본이 서울대 의대라면 남미에서는 축구선수인 것이다. 국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다. 절대 우리나라 선수들이 지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지능 높은 사람들이 있겠다. 월드컵에 나올 정도면 모두 상당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쉽게 비유하면 서울대 생 전체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고 그중에서도 탑 오브 탑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골고루 투자가 되고 고른 인재 분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남미는 정말 축구에 몰빵 된 나라다. 축구 선수가 그 나라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뛰어나고 가장 훌륭하다. 여전히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선수가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남미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4년에 한 번 남미는 축구로 세상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평소에 반도체로, 차로, 배로, 기술력으로, 공부로 등등등 세상에 우뚝 서있다. 다만, 월드컵이 주는 감동만큼 그게 감동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4년에 한 번 이렇게 느끼는 감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세계 속에 우뚝 서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어떤 남미 축구선수가 한국에 왔다가 초등학생이 혼자 다니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서 집까지 조용히 쫓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누가 해를 끼칠까 봐 보호하려고 한 거라고 한다. 그 선수가 겪었던 남미 사회를 생각한다면 한국의 치안은 과연 이게 같은 지구인이 맞나 싶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 남미에서 축구 선수가 되어 성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생존이 걸린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브라질 축구 정말 멋있었다. 우리나라와의 경기는 아니지만 히샤를리송의 슈팅은 정말 멋져도 너무 멋졌다. 이런 삼바 축구를 하는 브라질이 가끔 부럽기도 하다. 그들의 발재간이 참 멋지고 축구 선수가 꿈이라는 우리 아들도 그런 기술을 배우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나부터 의문이다. 과연 우리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 의대를 갈 정도인데 축구를 하겠다고 하면 나는 깨끗하게 서울대 의대를 포기하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공부 안 해도 되니 축구만 하라고 할 수 있을까?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일 수 있는 이유는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를 나는 더 존경한다. 축구 선수가 무식하다는 편견이 싫어서 책을 100권씩 읽었다고 한다. 그래 바로 그거다. 축구 선수는 단순히 체력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축구는 신체적, 지능적, 감성적 능력이 종합적으로 발현하는 전인적 스포츠다. 골 욕심 내다가 결국 경기가 잘 안 풀려 후반전에 교체당한 크리스타아누 호날두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바로 이런 세 가지 능력의 균형과 조화를 전수받은 것이다.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손흥민 선수의 인터뷰를 봐도 그가 상당히 순발력 있는 지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남미와 유럽이 축구를 잘하는 이유는 조금은 결이 다르다. 만약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면 유럽 축구가 더욱 맞다고 생각한다. 남미의 축구가 세련되고 멋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남미에서 경제적으로 괜찮은 브라질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들(메시 제외)을 보면 가끔 갱단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절망적인 자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모쪼록 남미 국가들도 어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치안이 바로 서고 축구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