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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kie May 26. 2023

코스모스와 인간

우리 모두 별의 딸과 아들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지구는 광막한 우주의 미아이며, 무수히 많은 세계 중 하나일 뿐이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다… (코스모스 책 내용 중 발췌)


최근에 인생에서 역대급으로 많이 무기력했던 시간을 보냈다. 벌써 30살의 반을 살아가고 있는데, 내가 의도한 방향대로 삶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무엇을 해야 내가 성취감을 느낄까? ‘나’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다고 정의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인생을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번아웃이 온 걸까…(그렇다기에는 번아웃이 올 정도로 무엇인가에 몰두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러한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할 때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다. 책에 의하면, 우주라는 광활한 세계에서 인간은 정말 먼지보다도 미비한 존재이다. 한 인간의 일평생은 지구의 나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4초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인류의 존재감은 우주적 관점에서 정의했을 때, 너무나도 하찮다”라는 표현에서 위안을 얻는다. 인류의 존재가 하찮은 것이라면, ‘나’라는 개인은 더욱 하찮은 것이며, 그렇기에 나의 고민은 그보다도 더 하찮은 것이다. 고로, 이러한 하찮은 고민들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큰 낭비이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고 보람차게 만들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이였던 시절에는 “딱지치기”를 이겼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다. 뇌에 ‘앎’이 가득할수록 인생이 왜 더 고달프게 느껴지는 걸까… 정말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나은 걸까?


심란한 마음이 가득해질 때쯤이면 나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하늘 위를 향한다. 광활한 하늘을 보고 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이는 태양과 달빛 아래 씻겨져 내려가는 것만 같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걸 보면 칼 세이건의 말대로 우리는 정말 코스모스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별의 딸과 아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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