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 Dec 07. 2022

[보기 좋은 빨미까레가 먹기도 좋다]

리추얼 첫 날, 어디에선가 잘못되었던 실수로 아침에 함께하지 못했던 빨미까레. 애타게 기다린 빨미까레는 단순 새벽배송 날짜 착각이 아니라 택배배송으로 잘못 분류되기까지 하여 먼 길을 돌고 돌아 우리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오자마자 냉동에 다시 넣고 맛있게 먹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고, 사무실 출근 길에 맛있는 커피를 사서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집 6살 언니가 아침에 먹을 게 없다는 말에 나의 비상식량을 꺼내게 되었다. (눈물.)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어째 배송 중 약간 부서진 모양인데, 정형외과 선생님들이 뼈 맞추듯 원래의 모습을 되돌려서 사진을 한 번 찍어본다. 초코가 묻어 있어서 그녀의 인내심이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대충 사진 찍고 그녀에게 2/3정도를 주고, 나머지 1/3의 빨미까레를 한 참 쳐다보다 겹겹이 떼어져 빼빼로 모양이 된 녀석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버터 가득한 몸체에 코팅된 초코가, ‘빼빼로와 비교하다니?’ 라며 새침하게 나를 쏘아붙였다. 그럼그럼, 빼빼로라고 하기엔 그 태생부터 다르지.


빨미까레는 종려나무라는 뜻의 빨미에에서 변형된 것인데, 그럼 빨미에가 무엇이냐?부터 시작하자면 우리가 흔히 본 하트모양 파이가 종려나무(야자수)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거기에 ‘까레’라는 건 네모라는 뜻이어서 거의 모양을 그대로 이름으로 붙인 셈이다. 우리에겐 엄마손파이로 더 친숙한? 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고소한 패스츄리와 초코의 조합은 뭐, 맛있다고 말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초코가 묻은 패스츄리는 정말 여러 형태가 있는데, 초코를 겉에 묻힌 크로아상이나, 초코 크림이 가득한 크로아상, 뺑오쇼콜라도 물론 맛있지만 먹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깨끗하게 먹으려고 해도 패스츄리 자체가 파사삭 하고 가루가 많이 날리는 데다가 코팅된 초코나 초코 파우더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소개팅에서 절대 고르면 안 되는 빵 리스트에 분명 있을 것이다. (없으면 이번에 추가!)


그에 비해 빨미까레는? 세로로 난 결대로 뜯어먹으면 되니 입에 묻지도 않고 얼마나 편한가! (그래서 내가 출근 후 사무실에서의 아침 식사 용으로 골랐던 것인데.. 쩝..) 역시 조상님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고 끄덕여본다. ‘보기 좋은 빨미까레가, 먹기도 좋다!’

이전 07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 목 아플 때 좋은 음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