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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Dec 09. 2022

[엄마 아빠는 왜,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우리 집은 목포가 고향인 아빠의 영향으로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산물과 함께 자란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할머니 댁에 내려가면 늘 산낙지 한 대접과 함께 밥을 먹었고, 아빠는 아는 ‘배(낚시하는 배..)’를 몇 곳 뚫어 생물을 퀵으로 받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생선을 말리는 취미도 가지고 있다. (생선 말리는 통발? 과 오래된 선풍기로 며칠 말리면 정말 꼬들꼬들 맛있는 생선이 탄생한다.) 무엇보다 나는 회를 정말 좋아하는데, 회킬러인 나는 초장과 간장 와사비 모두 안 찍고 그냥 회만 먹는 ‘생회파’다.


식욕도 많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해산물을 친구 삼아 커온 사람임에도, 나에게는 몇 가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들이 있다. 우선 전복. 너무나도 심했던 입덧 트라우마 초기에 겪었던 경험 때문에 전복은 아직까지도 극복하지 못해 항상 피해서 먹는 재료다. (특히 전복 버터 구이는 정말, 견딜 수 없다.) 그리고 조개류. 왠지 조개류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 약간 입에 물린 느낌이다. 정말로 맛있는 맛조개는 가끔 먹긴 하지만, 아빠가 또 아이스박스 한 가득 조개나 꼬막을 시키는 날이면 “아빠 나 이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라고 툴툴대고, “그럼 좀만 먹어”라고 하시며 조개를 껍질에서 까서 내 숟가락 위에 얹어 주시곤 한다. 그리고 멍게. 멍게는 최근에 멀어지게 된 친구라고 할 수 있는데, 작년이었나 엄마가 친구 분한테 양념된 멍게 공수 받아 멍게비빔밥을 하라고 한 통을 주셨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먹다 먹다 질렸다는 슬픈 스토리가 있다. (물론 정말로 맛있는 양념 멍게긴 했다.) 우리 집에서 먹는 해산물만큼은 정말 최고급 품질이라고 자신할 수 있지만 난 가끔 힘들다구..


“엄마, 나 진짜 멍게 많이 먹어서 더 못 먹을 것 같아.”라고 그 때도 분명히 말했는데 코로나 양성자인 나를 (너무) 어여삐 여기신 엄마는 멍게비빔밥용 멍게, 야채, 김을 문 앞에 두고 가셨다. '왜 멍게인가요 어머니..' 사실 남편도 그다지 멍게를 즐기지 않는 터라 이렇게 우리집에 오게 된 멍게는 온전히 내 차지가 되었다. “오빠, 도와줄거지? 내가 야채 많이 넣어줄게” 갓 지은 따뜻하고 꼬들한 밥 위에 채 썬 당근, 오이, 무를 올리고, 멍게 한 스푼, 그리고 무순과 구운 김을 올린 뒤 들기름을 한 번 쓸어 준다. 초장도 없어도 되는 정말 간단한 레시피! 게다가 엄마가 모든 재료를 모두 손질하여 가져다 주셨으니.. 정말 1분만에 완성된 초간단 멍게비빔밥이었다.


멍게의 맛을 숨기려고 야채랑 김을 많이 넣어서일까? 지난번에 물렸던 맛을 잊어서일까? 왠지 오늘의 멍게비빔밥은 술술 잘 넘어갔다. 특히나 무채가 한 몫을 한 모양인데, 아삭하면서도 약간 쌉싸름한 그 맛이 멍게비빔밥을 완성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나 이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라고 툴툴대면 “그럼 좀만 먹어”라고 했던 엄마랑 아빠는 왠지 이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데? 이번엔 괜찮을걸?” 아직 엄마가 준 양념 멍게의 반의 반도 못 먹은 상태지만, 이번엔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먹어서 물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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