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니, 합리화를 시작했다.
국어는 폭풍전야, 수학은 단기지계
그렇게 영단어를 계속 외우다 보니, 국어시간이 되었다.
감독관님이 신원 확인을 하고, 물품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수능 시뮬레이션도 돌렸고 아무 문제없을 거라 자신했는데, 내 가채점표를 물끄러미 보시기 시작했다. 다행히 앞뒤로 보시고는 그냥 다시 돌려주셨고, 사용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했다. 아침에 죽을 먹었고, 화장실도 다녀왔기에 별 걱정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국어가 시작되자마자 배가 미친 듯이 아파왔다. 이건 진짜 화장실을 가야 할 순간이 분명했다. 그러나 수능 날에, 그것도 첫 시간부터, 시작하자마자! 화장실을 간다면 내 집중력과 멘탈은 안드로메다로 갈 것이 분명했다.
'무조건 참아야 해. 그냥 읽자. 아무거나 일단 읽고, 집중하면 괜찮아질 거야.'
이 생각만 계속 반복했다. 그렇게 미친 듯이 화법과 작문을 풀고, 독서지문을 풀러 장을 넘기는데,
또, 망할 그놈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수능 일주일 전까지 죽만 먹고, 모든 준비까지 철저히 한 내가, 대체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진짜 울음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일생일대의 수능이 아닌가. 나는 계속해서 국어 지문을 풀어 나갔고, 가채점표도 작성을 다 했다. 그렇게 내 수능 국어는 80분 중 65분 만에 빠르게 끝나 있었다. 막상 끝나니 화장실은 무슨... 내 배는 너무나 고요했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쉬웠던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나는 가채점표와 내가 빠르게 넘긴 지문을 다시 확인하며 남은 15분을 보냈다.
그렇게 폭풍전야의 국어가 끝났고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답을 맞히는 아이들도 있었고, 잠을 자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지금은 너무나도 고요한, 그러나 고요하지 않았던 내 배를 쳐다보며 일단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시험을 쳤기 때문에 화장실 위치를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 덕에 줄을 서지도 않고, 사람도 적은 화장실에서 쉬는 시간을 거의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느낀 것이 있다면, 내가 만약 화장실을 가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야말로 폭풍을 절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어느새 수학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나는 수학이 가장 문제의 과목이었는데, 제발 2~3등급을 맞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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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험이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4분의 1 정도가 시작하자마자 잠에 들었고, 나는 내가 여태 공부한 공식을 계속 생각해 내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나는 7번에서 막혀버렸다. 내가 앞의 문제에서 막힌다는 것은 어딘가 식이 잘못되었거나,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뜻이었지, 절대 못 푼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일단 머리를 식히러 뒤에 공통문항을 다 풀고 다시 넘어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다시 넘어왔음에도 7번 문제는 내게 답을 줄까 말까 밀당하고 있었다. 새로운 관점을 찾아 이제 풀 수 있겠다는 생각도 찰나, 다시 어딘가에서 또 막혔다. 이렇게 풀다가는 내 모든 시간을 7번 문제에 쏟겠다 싶어,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를 다 풀고 마지막에 다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확률과 통계는 나름 자신이 있었기에, 몇 주 전부터는 공통문항에 더 힘을 쓰고, 수능 일주일 전부터 다시 시작을 했었다. 그런 확률과 통계가 7번 문제처럼 나와 밀당을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4문제가 너무나 헷갈렸다. 이 정도는 풀어야 하는데..라는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4문제를 남겨놓고 나는 다시 7번 문제로 돌아갔다.
그러나 돌아간들 뭣하리. 여태껏 풀리지 않는다는 건, 적어도 이 정해진 시간이 다 가기 전까지는 절대 풀지 못할 거라는 뜻이었다.
결국 난 7번과 확률과 통계 4문제와의 밀당을 끝내지 못하고 밀어진채로만 끝이 났다.
난 당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