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니, 합리화를 시작했다.

드디어, 수능이다!

by 오도

수능날이 밝았다.


어제까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수학 인강을 복습차원에서 듣느라, 2~3시간밖에 잠을 못 잔 상태였다.


졸렸지만, 하나도 졸리지 않았다. 새벽 공기의 긴장감이 나를 5시에 깨웠고, 나는 불안감과 피로감에 휩싸여 피폐한 상태였지만, 또 누구보다 멀쩡했다. 그렇게 사회탐구 두 과목의 작년도 수능 시험지를 모두 풀었더니, 6시가 되어있었다. 모의고사였어도 나는 아침을 굶지 않았는데, 이 날 따라 밥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모의고사 때도 솔직히 밥 생각은 없었지만, 시험을 보다 배에서 소리라도 나면 주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일부러 먹었던 거였다. 수능 때도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하여 아침을 먹고 가기로 생각했었지만, 막상 수능날이 오니 아침정도는 먹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곧장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부모님이 아침은 그래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며, 죽을 주셨다. 0.5인분 정도의 죽이었는데, 나는 그 정도도 너무 버거웠고, 이 날 따라 아무 맛도 나지 않았지만, 그냥 억지로 먹었다. 나한테도 이렇게 긴장되는 수능인데, 만약 내 뱃속의 소리가 새어나가 다른 학생들의 심기를 건드릴까 갑자기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날 먹은 죽은, 무취무미였지만, 뜨거운 온기만은 내게 분명히 전해졌다.


그렇게 6시 반에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 정문에서 내리자, 많은 선생님들이 이미 나와 계셨다. 나는 수능을 내가 소속된 고등학교에서 봤는데, 내가 다니던 지역에 인문계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나는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면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며 긴장을 조금 풀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억은 역시,


모르면, 4번으로 찍어! 오늘은 4번이 느낌이다! 잘 보고 와!!


라고 말하신 담임선생님이다. 정문 맨 앞에서 나를 가장 먼저 알아보신 분이셨고, 내가 복도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담임선생님을 필두로, 다양한 과목 선생님들한테 응원을 받으며 올라갔다. 그리고 교실로 가는 길에 교장 선생님을 만났고, 학교 도우미 선생님들을 만났다. 얼굴은 알았지만, 실제로 말해본 적은 없던 선생님들에게 응원을 받는다는 건... 참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꽤나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교실로 들어갔다. 첫 번째로 들어가길 기대했는데, 난 두 번 째였다. 첫 번째로 있던 분은 가방조차 없으셔서 나는 묘한 신경전을 하며 내 자리로 가서 영단어를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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