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 너 우리.. 리본.. 본드?
사랑?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너를 보고, 우리가 되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나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당신이 원했던 것처럼
이 넓고도 험한 세상에서
넓고도 환하게 살아가길 바랐던
당신의 바람을
나의 마음에 고이 담아
계속 간직하겠습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
사랑은 밥 말고,
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겨울이 되고, 눈이 와도
마음만은 외롭지 않게
마음을 먹이는 게
밥을 먹이는 것보다
더 좋은 거라서
그게 더 나를 살게 해서
너 말하는 건데?
하여튼.. 지멋대로야
하여튼.. 바보 같아
하여튼.. 밥은 왜 이렇게 좋아해?
하여튼.. 지가 먼저지?
그래도.. 자기보다 나를 더
그래도.. 나도 같이 바보처럼 웃을 수 있게
그래도.. 밥을 같이 먹고
그래도.. 버릇처럼 하려다 나를 보고 멈칫하는 게
그래서.. 사랑스럽다니까
리본끈
야!
나?
너!
왜?
리본끈 똑바로 매
벌점이다?
학년 반 번호 말해
.. 몰랐지?
뭐를?
네가 날 좋아하게 될 거란 거
아니, 난 알았어
수많은 리본끈 중에 내 눈에는
네 리본끈만 보였거든
본드
안 떼어지네
너랑 있는 게 좋아서
너랑 더 붙어있으려고
본드를 붙여놨는데
그래서 그런가
안 떼어져
이걸 떼어야 하는데
너는 이미 뗀 것 같은데
나를 도와줄 생각도 안 하고
너만 생각하는 것 같아
우리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어야 했을까
너도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만났던 걸까
아니야 이런 생각하지 말자
너도 무거운 마음이니까
나와 같은 마음이니까
그래서 본드를 붙였던 거지
바람에 날려도 끄떡없게 붙였는데
나만 본드자국이 지저분하네
너도 본드자국이 지저분할까
너한테 본드자국이 남긴 했을까
우리 헤어지자
그 소리를 들어서 문제였던 걸까
내가 그 소리를 밖으로 냈더라면
내가 지금 괜찮았을까
본드자국마저 네가 남긴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너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번만 생각해 주면 안 될까
아.. 결국 난 이번에도 먼저 소리 내지 못하겠구나
창문에 비친 돌아선 네 얼굴은
헤어지자고 말하던 내가 모르던 네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우리가 사랑했던, 너구나
그렇게 울 거면 나 없는데서 울지 그러냐
헤어지자고 말하자마자,
말하고 돌아서자마자,
나한테 그런 얼굴 보이면, 내가 진짜 말 못 하잖아
본드자국이 아주 단단히 굳어서
스스로 떨어질 즈음이 되면
그때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