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왔다는 말에, 회관에서 밤을 까다가 급히 달려오셨단다.
나는 두 팔을 벌려 할머니를 안았고, 내 품에 쏙 들어오는 할머니의 앙상한 몸을 느끼며 활짝 웃었다.
할머니는 내 손에 밤 두 알을 쥐어주셨다.
나도 밤을 까봐서 안다.
삶은 밤을 숟가락으로 먹는 게 아니라면, 과도로 밤 껍데기를 하나하나 벗겨야 한다는 것을.
그건 여간 귀찮은 짓이라는 것을.
옛날 그 언젠가, 우리는 가을 어느 날에, 하늘이 높은 시원한 어느 날에. 마당에 있는 밤나무 주위를 돌아다니며 밤을 찾아다녔다. 뾰족한 가시를 두꺼운 신발을 신고 양 발로 밟아가며 밤을 줍는다. 그리곤 물에 씻어서 찜기에 찐 다음에 밤을 반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내 옆에선 과도로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주시던 젊은 날의 할머니가 있었다.
그 어린 날엔, 그 옛날 언젠가엔 밤을 먹는 시간이 좋았더랬다. 밤을 먹기 전, 돌아다니며 밤을 찾는 시간이 좋았더랬다. 그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오래 함께 할 수 있던 시절이 참 그립더랬다...
내 손 안의 밤을 먹어보니, 밤의 맛은 시큼하고 쿰쿰한 그 어딘가의 맛이었고, 분명 이상한 밤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는 고개를 숙이고 몰래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오래도록 이 밤의 맛을 음미했다.
이번에는 오늘의 공기냄새까지 기억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내가 돌아갈 수 없는 그날 밤을 생각하며 아주 천천히, 밤을 씹었다.
또다시 눈물이 차오른 건 분명, 언제 왔냐고 본인이 주신 밤을 씹던 나를 보며 말하는 할머니 때문이 아니라, 밤을 한 움큼 챙겨주시는 할아버지가 너무 다정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