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지막 검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국도를 타고 좁은 도로로 들어가 도착한다. 세월이 느껴지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장과 H모양으로 된 수전설비를 보면서 검사준비를 한다. 검사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커피를 마시며 차에서 기다렸다. 잠시 뒤 우리가 들어온 입구로 SUV차량이 한대 들어왔다.
차에서 내려 전기안전관리자와 인사를 나누는데 어려운 듯 조심히 이야기한다. 공장의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정상적으로는 일 년 전에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공장의 경영난으로 지금까지 미루었다고 말한다.
법정검사월이 정해져 있는데 예를 들어서 1월에 법정월이면 3월까지는 검사를 받아야 하고 기일이 지나면 관할 지자체로 보고를 한다. 그리고 일 년이 기간 동안 지속히 보고 된다 보니 시에서 검사를 받지 않으면 200만 원의 벌금이 통지된다는 안내를 받아 이번에 검사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밖으로 나오신 사장님도 옆에서 이야기를 거드신다. 평생을 여기서 섬유공장을 운영하셨다고 한다. 한때는 대한민국의 중요수출품이었던 섬유산업. 그 덕에 제법 돈도 많이 버셨다고 한다. IMF도 견디고 리먼사태도 버텼는데... 지금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넋두리를 뱉으신다.
40만 원이 없어서 검사를 미루셨을까? 그것보단 마음에 그럴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공장기계들을 정지시키고 H변대를 보니 살며시 걱정이 들었다. 한전전선로와 공장을 사이를 연결하는 INT/SW(개폐기)가 과연 개방이 될까? 발판에 올라 보이는 낡은 개폐기는 생각보다 붉은 녹이 많이 보였다. 개방한다고 외치며 속으로 숫자를 되뇌며 레버를 두 손으로 당겼다.
"캉!!"
방문처럼 부드럽게 열려야 할 개폐기가 둔탁한 금속음을 토한다. 잠긴 방문처럼 덜컥 덜컥거릴 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경험상 무리하면 망가질 뿐... 검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중단하고 만다. 이럴 경우는 불합격. 3개월 안으로 수리를 하고서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장님과 안전관리자에게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지금 무리하게 검사를 하면 개폐기가 고장 나서 복전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공장이 중단되고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수리를 해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고장 난 제품이 단종된 상태라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비용을 조심스럽게 물어보신다.
수리비는 대략 200~300만 원 정도. 금액을 듣고서 사장님의 눈동자는 순간 커졌고 나지막이 마른침소리가 들렸다. 200만 원 벌금을 피하려고 40만 원을 겨우 빌려서 검사를 신청하신 사장님에게 수리비가 2~300만 원 정도 된다는 이야기는 무척 힘겨운 이야기였다. 사장님은 고장 난 개폐기를 보며 그저 헛웃음만 내뱉으셨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없고,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힘겨운 상황에서 그저 3개월 안에 수리를 하면 검사수수료가 무료라는 말을 하며 미안함으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