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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고양이 윈디캣 Mar 03. 2021

꽉채워 퇴사하면 누가 뭐 받아주기라도 한대?

인디워커가 되어야 한다

#인디워커 #박승오 #홍승완 #이제나를위해일합니다 #읽는고양이 #윈디캣 #친니친니크리에이티브랩

몇해동안 퇴사를 준비하며 생각했던 논리가 있다. 주변인들은 이제 10년만 더 있으면 어차피 퇴사할 텐데 왜 굳이 지금 나가려 하냐는 말을 했지만, 나에게는 나름 확고한 논리였다. 내 나이 39살, 20년간 일한 '직장을 탈출해야 한다'라고 결심한 논리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 곳(회사)는 현재의 나는 지켜줄지 모르지만, 미래의 나는 지켜주지 못한다는 게 첫 번째였다. 현재 타박타박 들어오는 월급에 반비례해서 나이가 들수록 퇴사 후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비록 30대 후반이긴 하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걸 봤을 땐 시작하기에 그리 늦은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었고,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취미 이상의 활동을 한 분야가 있기에 더 늦기 전에 넘어가 전문성을 더 띄어야 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 과연 50대가 되었을 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몇이나 있을까? 가만 생각해보니 초전문분야(직장에서 말고는 쓰잘머리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나의 미래가 퇴사를 고려하는 현재 나보다 더 위태해 보였다. 가장 결정적인 말은 이것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니다.

이 책은 내가 퇴사를 위한 용기를 얻기 위해 나를 설득했던 논리를 잘 정리해둔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비록 퇴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독립적인 분야를 만들어가지 않으면 조직이 더는 당신을 필요하지 않은 시기가 왔을 때 사회초년생보다 더 못한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둘러보면 이런 예는 수없이 많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조직의 기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받으며 점점 조직과 자신을 일체화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로 어느 정도 회사생활에 적응한 10년 차, 30대 중반 즈음에 이 시기가 찾아오는데 그 희생에 의한 보상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달콤한 시스템용 당근이라는 게 문제이다. 분명 열심히 해서 성과를 이루고 인정도 받고 있지만, 일체화된 조직과 자신을 분리해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보상이라는 이야기다. 이건 정말 조직을 떠나봐야 아는 것이다. 자기 이름 앞 혹은 뒤에 붙어 있는 직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혹 가정에 충실이라도 했다면 모를까 아이들의 함께할 유년 시절을 희생한 직급이라면 정말 이후의 삶은 후회로 가득 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난 운이 좋은 편이다. 회사 생활 중에도 평생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탐구하고 있었고, 회사생활 중간에 정신이 번뜩 들 정도의 일로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볼 기회도 얻었었다. 그 기회를 얻은 뒤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습관도 만들 수 있었고, 그 습관을 통해 더 먼 미래의 내 모습을 또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홀로 사무실에 앉아 작업을 하다 보면 조직 생활을 소소한 행복들이 그립기도 하다. 예를 들면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 여러 분야의 가십거리들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투리 시간 등 말이다. 일상화된 작은 것에 행복이 있었지만 잘 몰랐던 것 같다.

변화의 기회 앞에 완벽한 준비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항상 성장해야 할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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