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필요했던 인간관계 정리
한번쯤은 나를 위해...
그렇다. 생각해보면 모든 관계는 티키타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리고 미숙했던 나는 한 방향으로만 가다 섣다를 반복하는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는 끊어질 것을 알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꾸역꾸역 불편한 관계들을 이어오곤 했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불편한 관계들이 자연스레 정리가 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인생 선배들이 귀 떨어지게 말했듯, '30대 중반의 집입 그리고 결혼'을 기점으로 어찌어찌 정리가 되어 버렸다. 정리된 이들 와중에는 정말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기에, '정리'는 이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느낌으로 아리고 시렸다고 하면 맞은 느낌일걸까.
표면적으로는 여러 불편한 관계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마음 속으로는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해서, 카카오톡도 깔끔하게 정리하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감정으로 얼굴이 하얘지기도 빨개지기도 한 지 어언 두 시간, 카카오톡 메시지와 친구 리스트도 대략 정리를 끝냈다.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슬펐다.
정리를 하다 보니 정말 정리가 필요했던 관계도 있었고, 정리해야할 관계가 될 줄 상상도 못했지만 어떤 상황과 사건으로 인해 정리가 되어버린 관계도 있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모든 관계가 덤덤하게 정리될 줄 알았는데, 여러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해버린 그런 관계들도 있었다.
또한, 나의 과거의 시간이 통째로 날라간 것 같은 서운함과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의 감정도 함께 찾아왔다.
지난 십 여년, 사는게 바빠 주변은 커녕 내 스스로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았다. 엄청난 핑계거리임을 알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내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좀 생기고 나니 '과거의 나는 상당한 개차반이였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스스로를 이렇게 나쁘게 묘사하는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였지만, '여유가 없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라는 변명 아래,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 이기적인 행동과 언행, 결정을 했었는지 하나하나 하지만 아주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위에서도 짧게 언급했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티키타카가 필요한 법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듯, 나도 모르는 사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불편함을 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따지자면 그 리스트는 수도 없겠지만... 여튼 결론은, 함께 맞춰가야하는 퍼즐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었잖아'라고 자가 위로를 해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에겐 분명, 관계 하나하나를 진전시키거나 개선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 기회와 시간들을 날린 것도 분명 나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관계가 틀어질 수는 있지만 그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있었다. 나는 그간 상대방이 그것들을 선택하지 않아 틀어진것이라 책임으로만 전가했지만, 알고보면 그 기회와 시간을 선택하지 않은 건 '나'였다.
그간 들추면 아플까 얇은 막들로 덮어두었던 기억들을 억지로 끄집어내게 되다보니,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인간관계 정리'를 하려다 오히려 내 스스로가 정리될 것 같을 정도의 생채기가 왔다.
평소에는 굼뜬 것 같은 남편은 이럴 땐 기가 막히게 눈치가 빠르다. 대충의 사정들을 아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가 마음이 안 좋은거보면, 당신은 그 관계들에 대한 감정통을 아직은 겪고 있는 것 같아. 사실 나는 사람은 각자의 맞는 타이밍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들과의 인연은 딱 그때였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었을거라 생각도 들거든.
지금의 당신과 지금의 상대방은 과거 그 시간의 감정, 생활, 나이, 생각과 많이 다를거야 아마. 그래서 그 때 느꼈던 재밌고 아름다웠던 인연의 고리로 완벽히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어. 또 그런 상황이 오면 도마도는 또 상처받거나 서운해할 가능성이 있거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감정 성장통을 조금만 더 끝내고 성숙한 모습으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어떤 사정과 사연이 있더라도 조금 더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들춰봐. 모르자나, 그 때가 되면 우연히 연락이 될 수도 있고, 마음의 소용돌이 없이 편하게 그 연락을 주거나 받아들일 수 있을수도...
물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반면 시간은 우리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기도 하니, 지금 감정적일 때 서두르는 것 보단 그게 나을 것 같은데. 그동안 나랑 같이 서로 부족한 부분들 채워가며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과정을 거쳐나가자"
그는 귀신인걸까. 내 머리 속에 들어와 앉은건지 정말 귀신같이 사실을 짚어준다.
그렇다. 나는 어찌어찌하여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 정신적으로는 성숙이 끝나지 않은 단계에 서 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른데 모든 것을 아직도 과거의 시각에 갖혀 바라보고 있었고, 과거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것이다.
남편의 말처럼,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현재의 시각으로 눈을 맞추고, 현재의 시각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때 다시 한번 나의 생채기들을 들춰보기로 했다. 그때까진 과거에 가졌던 미안했던 감정, 불편했던 감정, 힘들었던 감정이 모두 하나의 큰 인생의 레슨이 되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드는 하루였다.
인간관계 정리는 참 쉽지 않다. 여러모로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 정리를 통해 '과거의 나를 좀 더 정확히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과거를 토대로 발전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숙제가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