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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진 Dec 12. 2019

그리고 도착,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산티아고 순례길




서른넷째 날,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는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이곳만 보고 걸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하면 미적지근했다. 어라? 여기라고? 아무리 봐도 내가 생각하던 도착은 아니었다.

길을 걷고 걷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짜란~! 하고 웅장한 대성당에 입이 쩍! 벌어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 또르륵~ 흘리는 그런 순간이 될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산티아고는 꽤 큰 도시였고, 초입에서부터 대성당까지 한 시간은 더 걸어야 했다. 긴가민가 40여분 째 걸었을 무렵 구시가지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우리의 종착지, 산티아고 대성당.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가만히 앉아 성당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적지근했던 첫인상은 어느새 잊히고 심장에 그리고 뒤통수에 찌릿한 전류가 흐르는듯했다.

아, 이게 끝이구나.

끝까지 왔구나.

내가 해냈구나.


성당을 에워싼 순례자들의 터져 나오는 숨과 표정에서 나와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


실감이 나진 않았다. 순례자 사무소에 들려 완주 증명서를 받고 나서도 이곳은 그저 지나쳐야 할 마을 중 하나라는 느낌이 컸다. 내일 하루 쉬고 또 짐을 싸서 다음 마을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았다. 얼떨떨하고 와 닿지 않았다.



순례길을 걷는 매일이 무언갈 깨닫고 깨치는 배움의 시간이었던 건 아니었다. 오늘의 잠자리를 찾아 오늘의 길을 걸어가는, 언뜻 보기에 꽤나 지루하고 단조로워 보일 시간들로 대부분을 보냈다.

그렇지만 이 시간들이 머나멀고 낯선 이곳 스페인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끝내 해낸 나'를 보게 해 줬다.



그래서 나의 목적지 산티아고는 그런 작은 시간들을 차곡히 채워온 나를 위한, 내게 주는 성취.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그 성취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해 준 곳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22.07.18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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