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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에 대처하는 팀장의 자세

일보다 제일 어려운

by 오흔

'이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연초에 우리 팀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사람'






새로 들어온 직원은 출근 첫 날부터 '퇴사'를 입 밖에 꺼내었고,

아무것도 못한다는 식의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팀장인 나의 말은 듣는 편인것 같았는데

사실 지나고보니 어느 누구의 말도 안듣고 본인만 피해자인냥 생각했던 것 같다.

팀원 모두가 그녀로부터 지쳤을 때,

팀원들 모두가 나에게 바랬던 것이 하나 있었다.



팀장님, 화도 좀 내세요!



나는 나름대로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팩트 기반으로만 후두려 팼던 것 뿐인데 팀원들이 보기에

나는 그저 화를 내는 팀장보다는 언성높이지 않고

다독거려주는 착하지만 답답한 팀장이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쌓이고 팀장으로서도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쌓일 쯤,

그녀는 퇴사를 했고. 퇴사 당일에도 인수인계를 못하겠다며 징징거렸던 걸로 기억을 한다.


아이러니한 건 그녀가 퇴사하고 나서 아무문제 없을 줄 알았던 팀에도 문제는 있었다.

이번에는 누군가는 일을 많이 하고, 누군가는 일을 적게 하고, 누군가는 막내라서 일을 떠맡고,

누군가는 연차가 더 높아서 일을 더하는 부당한 상황들이 또 다시 나에게 하소연과 책임으로 전가되었다.




그리고 그 상황이 다시 반복되기 시작했다.



회사 차원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새로운 팀원들을 여럿 받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삐걱거리던 팀원이 있었다.


경력이 꽤 있던 직원이었고, 원치않은 팀 이동으로 이미 사측에 불만이 가득했는데

그 사측의 불만이 왠지 나에게도 전가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와의 첫 대화부터 이미 내 레이더는 발동했다. '아, 삐걱거리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초처럼 똑같은 상황이 발생되지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녀를 배려했고,

존중했고, 기다렸고, 라포형성을 위해서 면담처럼 티타임도 갖고 그녀의 의견과 계획을 조율하고 또 조율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불만이 가득했다.


팀장으로서 내가 본인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

리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그냥 나와 함께 일을 하기 싫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팀 내에 전파되기 시작했고

팀원들은 연초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녀의 불평불만이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것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 지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나는 한 직원에게 그녀가 나에 대한 뒷담화를 했다는 사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듣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싫은데 이유가 어디있어?' 그 표현이 정확했다. '그냥 싫다'.

나는 그녀에게 1:1 면담을 요청했고, 돌아오는 그녀의 말은 인내심을 한 번 시험에 들게 했다.



"면담을 요청하는 [명확한] 사유를 얘기해주세요"



우여곡절의 대화 끝에 그녀와 면담을 잡고, 긴 한 주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나는 팀장이 아닌 한 직장다니는 밥벌이하느라 바쁜 한 사람으로 돌아와 패닉에 빠졌다.

분노도 했다가, 답답하기도 했다가, 억울하기도 했다가 그 당시에 그냥 화라도 내지를 걸 그랬나? 싶다가 그래도 면담할 때, 잘 다독여줘야지 싶다가. 별별 생각이 드는 한 주의 마무리였다. 그리고 내 생각을 계속 정리하고 회고하고 내가 잘못했던 부분은 뭐였는지,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 그리고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데 주말을 쏟았다.


거의 보고서 한 장 분량의 면담 계획을 세우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졌다. 남자친구도 친동생도 나의 상황을 모두 자신의 상황처럼 분노했지만, 나는 마음놓고 분노할 수는 없었다. 팀장을 하고보니 매일매일이 내 새로운 면모를 업데이트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다.


정면돌파의 길을 선택했다.

물론, 그녀와의 면담 결과가 어떻게 정리될 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팀장의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 잘 버티고 있는 중이다.


매일매일 팀장으로서의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감정 한계치를 극복해가는 중이다.

팀장, 원래 이렇게 어렵습니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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