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꿈일 지라도

[사진 한 장의 감성]

by 밝을명인 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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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버스가 호수에 빠졌다.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아 있다. 버스가 세로로 추락하는 것을 바라봤다. 순간 나는 창문을 열었다. 아마도 탈출해야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곧이어 앞자리에 앉아 있던 두 친구에게 눈짖으로 말했다. 창문을 열어 놨다는 신호였다. 물은 점점 내가 앉은 맨 뒷좌석까지 차올랐다. 두려움을 느꼈다. 꿈이지만 두려웠던 것이다. 세로로 세워져 침수해가는 버스가 어둡고 새까만 물 속으로 점점 들어갔다. 나는 긴박함을 느꼈다. 결국, 버스는 물에 잠겼다. 나는 열어둔 창문을 더듬더듬 거리며 힘차게 빠져나오려고 노력했다. 나는 사력을 다해 물 위로 헤엄쳤다. 헐떡였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니 모든게 생생하다. 나는 친구를 찾았다. 물위로 얼굴을 내민 친구의 얼굴에 나는 안도했다. 그러나 또 다른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 친구중 한 명을 잃었다. 탑승했던 노인들은 모두 나오지 못했다. 그러고 또다른 모르는 젊은 어린 학생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나는 물에 잠겨가는 버스 속 사람들의 모습을 왜 그렇게 쳐다봤을까. 살아남기에도 바빴을텐데... 아니... 아니다... 사실은 이게 아니다. 왜 그 순간 그 모습들을 보면서 탈출로를 만들어주지 못한게 이게 말하고 싶었던 거다. 잠시지만, 왜 지켜봐야만 했었나. 그것은 결국 이게 내 심성일지 의심이 되는 순간이다... 내 잠재적 성향이거나 아니면 나의 내면의 진짜 모습이거나 또는 꿈을 통해 심연을 엿본듯한 느낌이다. 필사적이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볼 여유까지 있었으면서... 왜 도와줄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나 하는... 비록 꿈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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