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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May 17. 2023

오후의 인터뷰 8화: 이소영

식물을 사랑하는 식물 세밀화가 이소영 작가 인터뷰

2022년 4

일상비일상의틈 앱에서 진행했던 <오후의 인터뷰>를 옮깁니다.


일상비일상의틈 독자들을 포함한 MZ 세대들의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식물 세밀화에 대해서 MZ 세대에게는 이렇게 전달하기는 일상비일상의틈이 처음이에요. 이렇게 젊은 세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식물 문화도 그렇고, 보통 식물에 대한 관심은 중장년, 노년층 분들께 집중되어 있어요. 식물 문화가 확대되고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고 알게 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까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식물 세밀화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식물 세밀화라는 건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한 기록물이에요. 흔히 식물도감에서 식물 세밀화를 볼 수 있죠 식물을 소재로 사유를 담거나 아름다움에 목적을 두고 그린 그림이 식물화라면 식물 세밀화는 과학 안에서, 식물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려지는 해부도예요. 오로지 식물의 형태에만 집중해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그려야 하는 그림이죠.


식물 세밀화가로 일하신지 10년이 넘었다고 알고 있어요. 권태기를 느끼신 적은 없나요?

2009년부터 국립수목원에서 식물 세밀화가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13년째예요. 제가 식물을 그린다고 하면 심심하거나 외롭다고 생각하는데, 식물은 생물이니까. 지루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동안 식물 세밀화에 대해 알게 되신 분들도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식물 세밀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제가 식물 세밀화가를 준비를 하던 2008년에는 식물 세밀화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이런 직종이 있는 것조차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었죠. 원예 전공자들만 '이런 작업이 필요하구나' 정도로 아는 수준이었어요. 그에 비해 지금은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까. 식물 세밀화와 더불어 보태니컬 아트를 작업하시는 분들도 SNS에서 많이 활동하시고 플로리스트, 조경가, 가든 디자이너 이런 식물 관련된 직종이 많아지고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진노랑상사화 ⓒ이소영


식물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선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가장 오래 걸리신 작업이 있나요?

식물 세밀화는 식물의 생애, 뿌리부터 줄기와 가지, 잎, 꽃, 열매, 씨앗 등을 관찰해야 하는데 이게 한꺼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그 시기에 맞춰서 식물이 있는 곳에 가야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를 맞추기 힘들 때가 있어요. 특히 요즘에는 기후 변화 때문에 개화 시기와 결실 시기가 많이 변화되고 있어서 시기를 맞추기가 힘들어요. 게다가 제가 한 가지 작업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관찰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게 관찰을 못하면 내년을 기약해야 되고, 그러다 올해 꽃이 안 피면 그 다음 해를 기약해야 되고 이렇게 계속 미뤄지는 경우가 있어요. 기록하는 식물과 제 작업의 타이밍이 맞아야 그나마 1년 동안 기록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2018년에 4월에 출간한 『식물 산책』의 표지에 들어가는 ‘진노랑상사화’라는 식물은 2009년에 스케치를 시작해서 2018년 3월에 완성을 했어요.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 거죠. 사실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는 밖에 나가서 관찰하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죠.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훨씬 많으실 것 같아요.

보통 식물 세밀화가라고 하면 우아하게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시는 상상하는데, 등산화를 신고, 등산복을 입고, 채집 도구를 들고 식물을 관찰을 하는 게 식물 세밀화가의 정체성인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올해부터 제주도에 있는 식물을 기록하고 있어서 2주에 한 번씩 제주도를 가고 있어요. 그리고, 차를 생산하는 기업과 차 원료인 식물 그림 작업을 하고 있어요. 국립수목원과도 계속 일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에버랜드에서 장미 연구를 하고 있거든요. 그곳에서 육성한 우리나라 장미를 기록하는 일도 하고 있고요. 토마토 농장에서 토마토 그림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 외 또 개인작업을 하고 있고요.

속단아재비 ⓒ이소영



정말 많은 일을 하시는군요. 가장 기억에 남거나 특별했던 작업은 뭔가요?

아무래도 신종을 그리는 작업이 특별한 것 같아요. 전 세계에서 처음 발견되는 종. 그림을 그릴 때는 이름이 없었는데, 발표가 되면서 이름이 명명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작업이 느낌이 묘해요. 신종 중에서 '속단아재비'라는 식물을 그렸을 때와 작년에 발표된 '한국앉은부채'라는 종을 그렸어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런 종을 그리는 것이 영광이고 특별한 것 같아요. 


한국앉은부채 ⓒ


식물에 대한 대한 책도 내시고, 신문에 칼럼도 연재도 하시고, 네이버 오디오에서 2017년부터 식물 라디오를 발행하시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글과 말로 풀어내는 일도 많이 하시는 걸 보면, 비단 화가의 일만 하시는 것 같진 않으세요. 식물에 대해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으실 것 같아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식물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말로 이야기하고, 책이나 칼럼의 경우에 글로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이런 모든 것들이 제가 식물을 그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식물 세밀화를 그리려면, 먼저 그려야 되는 식물종을 정해요. 그리고 그 식물에 대한 기존에 있었던 문헌들을 다 훑어요. 논문도 찾아보면서 내가 그려야 될 식물이 어떤 식물인지, 식물의 자생지 같은 것도 알아보고 그 식물이 있는 자생지에 가서 직접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리죠. 글을 쓰던, 말은 하던 결국 그 기반에는 식물세밀화가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식물 세밀화를 그릴 때 인상 깊었던 점과 문헌들을 읽으면서 발췌한 기록을 수집하고, 식물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서 직접 촬영한 사진 같은 기록들이 다른 작업에 소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남겨두려고 해요.


식물 세밀화가로서 가지는 소명의식이 있으신가요?

첫 직장이 국립수목원이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국가적으로 식물을 연구하는 기관도 마찬가지고, 식물을 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식물종을 보존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어야 하거든요. 식물종을 보존하려면 연구자들이 연구만 하고 기록하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그 식물에 대해서 알고 같이 보존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연구기관에서 전시도 하고 교육도 하는 것이죠. 

또 중요한 건 제가 대하는 대상이 바로 살아있는 생물이잖아요. 그래서 식물과 나 사이에 어떤 책임감 같은 게 있어요. 그림 그릴 때에 식물을 채집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요즘은 예전에 비해서 식물 채집을 최소화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식물에 관해 더 알아야 주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요?

제일 중요한 건 식물이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이에요.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물체도 아니고, 살아있다는 것. 식물을 대할 때 이 식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내가 하는 행동이 옳은지 헷갈린다면 때 저는 동물을 생각하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동물 문화와 식물 문화는 거의 비슷해요. 그런데 식물은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고 물체로 나를 장식하는 용도로만 많이 대하잖아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을 늘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 소개> 이소영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 세밀화가. 국내외 식물 연구기관 및 학자들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린다. 서울신문에 '이소영의 도시 식물 탐색'을 연재하며 네이버 오디오 클립 '이소영의 식물 라디오'를 진행한다. 『식물 산책』, 『식물의 책』, 『식물과 나』 등을 썼다.


인터뷰_오후

그림과 사진_이소영

https://www.instagram.com/soyoungli/




오후의 인터뷰 | 아티스트의 날 것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아티스트라는 직업적 특성을 보유하고, 작품에 뚜렷한 경향성을 나타내며 사회적 자아실현을 실천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삶의 방향을 대화를 통해 엿보고, 소개하는 인터뷰입니다. 이 작은 대담이 대중의 작가 발견에 요만큼 기여하고, 다음 신인 아티스트의 자아 창조에 스리슬쩍 참고되길 바라는 인터뷰어의 마음이 있습니다. 오후의 인터뷰는 아티스트를 넓은 범위에서 칭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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