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무 데도 닿지 않는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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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도 닿지 않는 영원


고맙다는 말을, 마음으로만 하지 않기

보고 싶다는 말도, 마음으로만 하지 않기

미안하다는 말도, 마음으로만 하지 않기


노트에 꾹꾹 눌러써 놓고는


제대로 전한 적이 없었네


어쩌면

난 정말


고맙지도, 미안하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걸지도


고마워하면 안 되고,

미안해하면 안 되고,

보고 싶어하면 안 되는 걸지도


내 말이 너무 느려서

거기까지 가는 길에

지쳐 주저 않지 않기를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기를


나 역시

당신의 말들을 기다린 지 오래라


나라도 당신을 기다리게 하고 싶진 않아서

말들을 달려 보낸다


당신의 말은 느려서

꾸벅꾸벅 졸면서 오겠지


아니면

없는 말이어서 영영 오지 않겠지

영영,


요새 영영이라는 말을 자주 쓰네

그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거야

내 말들은 너무 작아,

시공간을 휘지도 못하고,

아무 데도 닿지 못할거야


영원히 미안해, 영원히 고마워,

영원히 사랑해, 영원히 보고 싶을 거야


그러네, 아무 데도 닿지 않겠네




작가 노트 | 아무 데도 닿지 않는 영원


상상과 현실은 항상 다르니까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결국, 바람은 바람에 그치고 말 뿐이라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살아야겠죠. 바람이 부니까요.




이 글은 ‘오후 여섯시의 고양이’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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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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