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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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세요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봐요

사실은 흉터가 아니었네요

아직, 피가 나잖아요

피는 참 따뜻하지요


그대, 오랜 시간 상처를 안고 살았군요

살아내는 건, 괜찮다는 뜻이 아니더라구요

살아지는 건, 슬프지 않다는 뜻이 아니더라구요

그저 사는 건, 아프지 않다는 뜻이 아니더라구요

그렇더라구요


한 번도 그대를 포근히 안아준 적이 없었네요

다 말하지 못한 내 잘못이에요

그때 숨겨둔 말에는 온통 그대인데,


너무 늦었네요

너무 오래 잠자코 있었네요


그래도 이 말은 할게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꼭 행복해지세요

그리고, 그날은 삶이 나아가기를




작가 노트 | 나아가세요

우울증에 힘들어할 때 '살아지더라'라는 위로가 담긴 말을 듣곤 했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이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살아지더라'는 말 안에는 '극도로 힘들고, 슬플 것입니다'는 경고장은 붙어있지 않았어요.

다들 힘들고, 슬프고, 아프면서 살아지는 거라는 무서운 이야기는 꼭꼭 숨겨뒀었나 봐요.

그래도 살아지겠지요.

1년에 5일만 행복한 날이 있더라도,

하루에 3초쯤 웃는 순간이 있더라도.

어딘가로 나아가게 되어 있겠지요.




이 글은 ‘오후 여섯시의 고양이’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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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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