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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Jul 16. 2021

조문가는 길 - 1편

내 할매이모와 할배삼촌


이야기에 앞서 나는 외가쪽에 삼촌 4명, 이모 4명이 계신다. 우리 큰 삼촌은 가끔 형제를 소개할때 8형제는 너무 많다시며 가끔 6명 또는 7명으로 줄여 말하신다. 5형제라고 줄이기엔 형제 3명을 없애야하는데 이는 너무 많다신다.  

그 중 우리 엄마는 8남매중 막내인데 순서가 딸(큰이모), 딸(둘째이모), 아들(큰 삼촌)...으로 이어진다. 첫째 큰이모와 엄마는 20살 차이가 넘게 나신다. 큰이모는 피아노 전공을 하셔서 엄마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음악교사로도 계셨다. 친언니를 학교에서 선생과 제자로 만나다니, 어떤 기분일까? 무려 23세의 나이 터울 덕분에 나는 이모를 이모라고 부르기 민망하거나(큰이모는 85세시므로), 사촌오빠를 사촌오빠를 부르기 민망하거나(엄마보다 4살이 어리시므로), 나보다 4살어린 조카한테 이모라고 부르라고 하기 민망한 경우들이 생긴다. 참 족보란...




이 8남매중에 둘째 순천 이모부께서 돌아가셨다. 조문을 가야겠다.

한평생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셨던 큰 삼촌을 모시고 서울에서부터 차를 타고 아빠, 엄마와 함께 순천으로 갔다. 평일이지만 어제가 어린이날이었는 탓인지 평소보다 조금 오래 걸려서 5시간 반만에 순천에 도착했다. 가는 내내 예상했던대로 큰삼촌은 당신 집안 성격이 얼마나 정확한지, 당신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셨는지에 대해 말하셨다.

(나는 외가의 정확한 성격대신 친가의 구렁이 담넘어가듯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인 성격, 좋게 말하면 둥글고 무난한 성격을 타고났다)


“우리 집안 성격이 참 정확해~”

“중앙대 약대는 서울에 있는 약대 중에 제일 약해~”

“그때 당시 전기에 서울상대를 썼다고. 서울상대 아무나 써준줄 아냐? 그러다가 떨어졌지. 긍께 인제 후기에 담임선생님이 약대를 가보라고 성균관대 약대를 써준거야.”

“누구? 000? 가는 순고 몇긴디? (그 아이는 순천고 몇기니?) 아따 내가 모르면 가는 공부 모단것이여”

라는 식의 누군가의 뼈는 분명히 때릴듯한 말씀을 하시며 순천으로 내려갔는데

삼촌에게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음은 80세인 지금까지도 평생의 훈장으로 남은 것이었다.

아마 그 당시 다들 어려웠을 적에 당신들 굶어가시며 아끼고 아껴서 삼촌을 서울로 유학까지 보내준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

그리고 그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친구들이 놀자고 찾아오면 디딤돌에 놓인 신발을 옷장 속에 숨겨가며까지 공부했던 치열한 삼촌의 노력이 이렇게 표출된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 삼촌은 테니스도 30세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이나 치셨고 꾸준함과 건강함을 지니신 멋지신 할아버지였고, 말씀도 주술관계가 분명하시고, 대화도 깔끔하게 잘하시는 인텔리셨다.

그러니 지금까지도 한 제약회사에 약사로 취직하시어 한달에 한번 출근이지만 쓰실만큼의 생활비는 충분히 버시는 능력있는 삼촌이었다. 다만 삼촌은 제약회사로 출퇴근 하는 길이 조금 피곤한듯 보였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무우우우척 막혀”라시며.

삼촌은 “무우우척이라는 수식어를  쓰셨는데   말이  듣기 좋았다. 삼촌은 배고픈 동생(파라과이 삼촌)  삼촌의 책을 팔아 엿바꿔 먹어도 속으로 화는 무우우척 나셨을지언정 동생의 배고픔을 헤아려 그대로 두셨던 분이다. 삼촌의 책이 엿가락과 맞바꿔진 일화는 어느날 삼촌이 길을 가다 엿장수를 지나는데, 엿장수 리어카에 어디서 많이  익숙한 책이 있어 보니 삼촌 책이었다는 일화다.




순천으로 가는 5시간 반 주행길은 우리 각자 모두의 근황과 직계가족과 사촌까지 근황을 읊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대화는 돌고돌아 순천 사시는 둘째 이모가 치매끼가 살짝 오셨음으로 넘어갔는데 처음에 삼촌은 반신반의하셨지만 이내 순천에 도착하여 둘째이모를 만나뵙자마자 모두가 비밀신호처럼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이모가 치매임을 한번 더 확인하였다.

우선 이모는 돈 쪽에 관한 망상이 약간 있으셨는데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000가 내 앞으로 3억 몇천을 갖다가 달아놨땅께~? 근데 기훈이(셋째 아들)가 청와대 바로 밑에 누구랑 아주 친하단다(친하대). 그래서 바아로 구속시켜부써”라고 말씀하시고

그럼 우리는 “아따 참말로 나쁜 놈인갑소잉” 이라며 맞장구 쳐주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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