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별한 커피를 보통의 내 일상에서 다양하게 즐긴다
어느새 우리 곁에 자리 잡은 스페셜티 커피. 훌륭한 브랜드들이 많이 있지만, 풋풋한 대학 때 만나 8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해 온 펠트커피와는 같이 커 온 느낌이다. 2015년, 신촌 창전동 은파피아노학원 자리에 자그맣게 위치했던 펠트가 어느새 광화문에, 도산공원에, 판교에 자리 잡았다. 각 지점을 모두 가보고 특히 광화문과 청계천점은 일주일에 두 번은 반드시 가는 애정하는 공간일 정도로 애착이 있는 커피브랜드다. 세 번째 주간브랜드는 펠트커피서울이다.
STORY: 조금 특별한 커피를 일상에서 편하고 다양하게 즐기는 커피생활을 만들어간다.
Foundation
일상에서 부담 없는, 그러면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 ('맛있는'은 상당히 주관적인데, 이에 대해선 뒤에서 다루겠다.)
Competitive
커피는 콩이 전부다. 커피콩의 본질이 펠트의 처음이자 끝이다. 펠트는 커피에서도 공간에서도 쓸데없는 것은 배제한다.
4 STRENGHTS
Attitude Space Philosophy Consistency
Attitude
2015년, 처음 창전동에 있는 펠트에 방문했을 때, 슈트에 서스펜더를 하신 바리스타 세 분이 커피바 안쪽에 계셨다. 바리스타라면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자유분방함, 감각적인, 마치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 같은-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매장은 테이블을 찾아볼 수 없이 깔끔했고 새하앴다. 커피바 또한 어질러짐 없었고, 바리스타분들 역시 각도기로 잰듯한 반듯함이었다. 얼마뒤 알게 되었는데, 창전동펠트는 카페가 아니라 쇼룸이었다. 펠트는 로스팅사업을 먼저 시작한 곳인데, 두 공동대표가 로스팅하는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쇼룸을 오픈했다. 쇼룸을 설계할 때는, 본인이 주문한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으며, 오롯이 커피에만 집중하고 펠트라는 브랜드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커피가게의 쇼룸이라니! 패션브랜드도 아니고 커피브랜드의 쇼룸은 매우 생소하고 신선했다. 이 점을 알고 나니, 왜 창전동 공간에 테이블이 없는지 이해가 간다. 테이블에서 책을 읽거나 랩탑을 할 때 그저 거드는 커피가 아닌, 온전히 커피가 주인공이 되어 경험하는 것이 쇼룸의 목적이었다. 그것을 알고 나자, 창전동 펠트커피를 갈 때면 핸드폰이나 책은 내려놓고 커피맛을 느끼다 오기 시작했다.
Space
펠트의 첫 번째 쇼룸이 군더더기 없이 커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광화문펠트는 다른 의미에서 군더더기 없다. 펠트의 두 대표는 '쓸데없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였는데, 이는 커피 맛에서도 드러나며, 펠트의 공간에서도 볼 수 있다. 펠트는 각 매장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각 매장 인테리어를 각기 다른 업체와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느껴지는 통일감이 있다. 흔히 보통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2인/4인석 테이블이 잘 없다는 것.
광화문 펠트는 디타워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평일에 종종 찾는 곳이다. 테이블이 없는 대신, 가운데 공간이 넓게 비어있는데 점심시간이면 이 공간이 모두 손님들로 가득 찬다. 주문하는 줄과 커피바 앞에서 커피를 기다리고 픽업하는 사람들로 말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은 안 찍었는데, 사람이 붐빌 때 재미난 광경도 볼 수 있다. 펠트 앞에 있는 커다란 의자 혹은 광장 같은 곳이 마치 펠트의 대청마루 역할을 하는 것이다. 펠트의 공간은 아니라서 테이크아웃한 사람들이 잠깐 앉았다 가는 공간인데, 마치 펠트의 공간 중 한 부분이라고 느껴진다.
광화문점에서 가까운, 청계천점은 또 새로운 분위기다. 처음엔 광화문점에서 멀지 않고, 앞에는 다른 스페셜티커피 전문점이 보이는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송대웅대표 인터뷰에 의하면, 청계천점은 어릴 적 자주 다니던 길이라 친숙해서 결정했다고 한다. 나에겐 맞은편에 위치한 미국 스페셜티커피 전문점에 자신감을 보여주는 다짐으로 느껴졌다. 청계천점의 벽은 마치 피아노건반덮개를 떠오르는 진한 붉은색 천이 둘러싸고 있다. 참으로 이전 두 곳의 펠트매장과 다른 분위기지만, 어째서인지 아 펠트매장이구나 하는 통일감이 느껴진다. 이곳 역시 창전동 쇼룸의 신념을 따른다. 다른 지점보다 테이블은 많지만 가운데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커피바이다. 커피가 만들어가지는 과정이 중심이 되는 매장. 역시 펠트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Philosophy
펠트가 생각하는 신념은 커피의 본질이다. 카페의 본질이 아니라 커피의 본질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은 맛이다. 그 맛은 재료, 즉 커피콩에서 나온다. 펠트의 두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품질의 커피를 일상 속에서 다양하게 즐기는 것이다. 고품질의 커피 맛을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년 커피콩의 생산지를 직접 방문하고 새로운 원두를 발굴하며, '다이렉트 트레이드'라는 플랫폼 TYPICA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생두를 수입한다. 그렇다면 고품질의, 맛있는 커피는 무엇일까?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커피의 맛은 결국 신선하고 균형 잡힌 원두에서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스페셜티 커피들이 뛰어난 생두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이다.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맛있는 커피가 다를 수 있다고 하였는데, 본인이 어떤 커피맛과 어느 지역의 어떤 원두를 좋아하는지는 커핑클래스를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앤트러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커핑클래스에 참가해서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한 원두로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는 연습을 했다. 그 결과 내 입맛에 베스트 원두는 에티오피아 워시드였다. 맛은 산미가 있으며 홍차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텁텁하지 않다.-
이렇게 구한 고품질의 원두를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여낸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 어쩌면 잘 모르겠고, 어려워서 범접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일상 속에서 최대한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펠트의 목표였다. 일상 속 편한 커피는 아침에도 마시고, 점심에도 마시며, 저녁에도 언제라도 마실 수 있는 커피이다. 이런 커피를 만들려면 누구든 편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펠트는 커피에 대한 경험이 매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다. 드립백/콜드브루/RTD(ready to drink)처럼, 바리스타가 아니어도 집에서 뛰어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펠트의 '쓸데없는 것은 배제한다'는 신념은 공간뿐 아니라 커피컵의 디자인에서도 나타난다. 창전동 쇼룸만 있을 시절에는 아무 무늬 없는 심플한 컵이었던 기억이다. 지금은 불필요한 장식을 줄인 이 디자인은 RTD제품에도, 드립백에도, 원두 패키징에도 쓰인다.
Consistency
펠트는 작은 골목의 쇼룸, 3명의 바리스타에서 시작해 지금은 5개의 매장, 서른 명에 다다르는 직원, 연매출 30억 원으로 그 규모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이렇게 규모가 커짐에 따라 펠트의 consistency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만만치 않아 보인다. QC(Quality Check)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펠트의 브랜딩이 자리 잡게 하는 것까지 말이다. 펠트는 그래서 매일 아침 매장별로 QC폼을 작성하여 서로 공유하고, 일정한 퀄리티의 커피가 제공될 수 있는데 큰 노력을 들인다. 또 기존에는 쿠폰(10잔 마시고 도장 10 개 찍으면 아메리카노 1잔이 무료인)이 종이 쿠폰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 도도포인트 적립으로 그 방식이 바뀌었다. 사실 나는 펠트만의 종이쿠폰을 더 마음에 들어 했지만, 환경을 생각했을 땐 펠트가 한 선택이 옳다. 그리고 펠트의 어느 매장을 가든 비슷한 분위기와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직원은 트레이닝센터 덕분이다. 펠트 직원의 내부 교육뿐 아니라, 펠트 원두를 공급받는 업체의 교육까지 모두 트레이닝센터에서 이뤄지는데, 성장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꾸준한 트레이닝과 브랜드의 가치를 심어주는 게 앞으로의 브랜드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규모 그 자체와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그에 따른 생각지 못한 문제를 펠트는 나름대로 고심하고 잘 해결해 나가는 것 같다.
KEYWORD
일상 속 작은 한잔, 스페셜티커피, 미니멀리즘, 취향과 기호, 편하고 익숙한 것
CONCLUSION
언제든 펠트의 공간에서 펠트의 커피 한잔으로 취향과 휴식의 스위치를 켤 수 있다.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펠트, 커피씬에서 최애 브랜드로 등극시킬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