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ichloe Feb 07. 2024

냉장고정리, 마음정리

마음 속 귀찮은 일을 해치울 때의 개운함, 냉장고정리, 주스만들기



일요일 점심을 먹고 그간 만들어두고 못 먹어서 냉장고에 곤히 잠들어있는 소스와 재료들을 꺼내 한바탕 정리를 시작합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부터 그래도 잘 먹고 조금 남은 시금치 페스토, 스프 조금까지. 점심먹은 그릇으로 시작해 보관용기 설거지로 마치고, 사다두었던 대파를 씻고 잘게 썰어 지퍼백에 흰부분, 푸른부분 나누어 담습니다. 대파 지퍼백은 냉동실에서 몇 개월간 우리의 파기름과 고명을 책임집니다. 대파손질에서 끝나지 않네요.

주스를 갈아마실거라며 호기롭게 사서 두 잔 만들어 마신 그린키위와 케일, 당근을 상하기 전에 얼른 꺼내 갈아둘 작정을 합니다. 베이킹소다를 물에 풀어 토마토와 키위를 깨끗이 씻어주고 믹서에 무른 과일부터 넣습니다. 그 위에 잘 씻은 케일을 반으로 찢어 꾹꾹 눌러주고, 그 다음 가장 단단한 당근을 넣습니다. 당근을 씻을 땐 흙이 많이 나와 싱크대가 지저분해집니다. 여튼 당근까지 조각조각 썰어 믹서에 넣으니 맙소사, 믹서의 max선을 한참 넘어버렸습니다. 다시 꺼내기 귀찮지만 이걸 무시하고 그냥 돌렸다간 부엌이 초토화가 될지 모르니 당근부터 토마토까지 믹서 밖으로 꺼내 같은 양으로 둘로 나눕니다. 두번에 나눠 갈아야겠네요.

그렇 남편과 주스 한 잔씩 며칠분의 양이 나왔습니다. 서재에 있는 남편에게 한 잔 가져다주고 제 걸 먹고, 싱크대를 보니 흙이 가득입니다. 싱크대 정리까지 하고, 도마, 칼들, 믹서 정리까지 마치면 드디어…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의 부엌정리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재료는 사오면 그때그때 정리하고 그때그때 해먹어야겠습니다. 먹을만큼만!

+ 쓰고보니 주부일상같은데 저 조금 주부 같나요?


+ 제가 쓴 글을 읽으며, ‘마음 속 귀찮은 일’은 비단 냉장고정리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운동이, 청소가, 모든 할일들이 해당 될 수 있겠어요. 그런것들을 ‘그냥’ 시작해서 해낼 때, 해내고 보면 뿌듯하고 개운한 이 느낌을 잊지 않고 오늘도 ‘그냥’ 해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