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희 May 04. 2018

불안한 사람들

불안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좀 낫다

 대학 동기인 6년 지기 친구가 문득 물었다. 


"너는 요즘 불안한 거 없어?"


 나는 즉시 왜 없겠냐,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너는'이라고 물어온다는 것은 이미 자신은 해당되는 질문이라는 의미다. 요즘 불안하다는 얘기를 한 번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굳이 무엇 때문인지 얘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해가 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 우리가 스물여섯이기 때문일 것이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또래의 많은 이들이 비슷한 불안을 겪고 있다. 누군가는 글을 계속 써도 되는가를 고민하고, 다른 이는 노래를 계속해도 되는가를 고민한다. 고시를 준비했던 누군가는 지금 시험을 포기해도 될 까라는 고민을 품고 있다. 꿈을 찾아 떠나려는 사람들은 너무 늦지는 않았는가를 고민했고, 취업이 급한데 매번 불합격 소식을 달고 사는 친구는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님에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모두가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데 '이제는 무언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것들은 우리의 자아를 불안하게 만든다. 마치 누군가가 이제는 어른이 될 시간이 오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것처럼.


 나도 요즘은 늦은 밤 잠을 청할 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대학을 떠난 스물여섯에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하는 생각은 자꾸만 나를 흔든다. 그런데 그 불안을 외면하고 부정하려 하니 힘이 들더라.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하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지만 사실 이미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차라리 '그래, 지금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구나."라고, 때때로 찾아오는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불안마저 내 것이라 여기고 동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안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를 움직이는 하나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불안해도 괜찮다. 그게 당연한 거니까.

작가의 이전글 존 내쉬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