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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재희 Jul 25. 2018

최저임금 인상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언제나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믿음은 일종의 환상이다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작년에 이어 또다시 두 자릿수(10.9%, 이전 해는 16.4%)의 인상률이다. 이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라는 가파른 상승인 동시에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2017년 7월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많고, 반면에 환영하는 사람과 혹은 더 가파른 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이미 인상은 결정된 상황이고, 애초에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의 공약이었기도 하니 그 흐름이 쉽게 바뀌진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고용률


 고용률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가장 당연하고 기본적인 문제다. 직관적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률은 상충관계에 있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산업 전반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고용률이 감소할 수 있다. 반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인건비 증가'가 아니라 '소득 증가'로 연결시켜보자. 이 경우 사람들이 더 많이 벌게 되면서 사회 전체의 소비가 증가하고, 오히려 재화나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할 필요가 생기면서 고용이 개선될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이 시나리오에서는 비단 고용률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서 시작된 효과가 선순환하면서 경제 전반에 좋은 영향이 퍼진다.


 문제는 이것이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 긍정적으로만 진행될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부담으로서 개별 경제 주체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고 체감하기 쉬운 반면, 소득 증가로 인해 경제에 활기가 돌고 고용률이 증가하는 선순환은 비교적 커다란 흐름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은 전체의 결과를 파악해서 행동하기가 힘들다. 총수요가 증가하기도 전에 고용률이 먼저 감소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악순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에, 인상과 함께 고용이 줄어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고용률이 보장되어야 그토록 바라는 분수효과의 소득주도성장도 가능하겠다.


분수효과 

: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현상 (다음 백과)



인플레이션

 

 이대로 간다면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신경을 끄고 손을 놓아버려도 되는 일은 아니다. 생산비가 올라 부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나든, 소득이 증가하여 긍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나든 이론적으로 둘은 모두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물론 일각의 기대처럼 소득주도성장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함께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조금 더 괜찮겠지만, 반대로 침체와 함께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감소하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상충관계를 보여주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최악의 경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함께 오르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실업자에게 물가상승은 커다란 고통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주목해야 할 점은 인플레이션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경제적으로 하층에 속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대상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목표 중 하나가 저소득층을 돕고자 하는 것이라면, 인플레이션은 그저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되어선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집도, 금도, 유가물도 없다. 지갑 속에 현금이 조금 들어 있을 뿐이다. 인플레이션은 바로 이 현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하노 벡 외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s://brunch.co.kr/@ohjaehee/166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

 

 최저임금은 당연히 그전에는 해당 수준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던 근로자들에게 적용된다. 원래 높은 임금을 받던 고소득자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으므로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기존에 최저임금의 가격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던 영세한 사업자들 역시 중간소득 이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생산비의 증가로 영세업자나 중소기업들은 가격 상승 등의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는 곧 그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더욱 살아남기 힘든 구조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경제와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일 리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라밸을 말하며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흐름이 자영업자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모든 부담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면도 있다. 영세업자의 생산비 지출에서 최저임금의 인상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은 항목 중 일부다. 임대료를 포함한 각종 수수료나 혹은 공과금 등 그 외의 요소들에 적절한 조치나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면 임금인상으로 인한 그들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나 고용률 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까지도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조치들이 경제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많은 규제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창업자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결과가 고스란히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건물주의 배만 불리는 구조(젠트리피케이션을 포함해서)는 분명히 변화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개정 논의가 계속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분배와 복지를 중시하는 성향의 경제정책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언제나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믿음은 일종의 환상이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부작용을 막지 못한다면 가장 큰 고통은 결국 사회적 약자들에게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장 약한 사람들을 돕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의'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그 효과를 내기 위해선 결과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일방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소득 격차를 줄인답시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노동자와 사용자로 진영을 나누어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현재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사람들, 자신의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물가는 오르는데 턱없이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끝내 그들을 구제하지 못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기대했던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분수의 물줄기가 아래에서부터 힘을 잃는다면 어떻게 뻗어 나갈 수 있겠는가.



힘 있는 분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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