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절을 지나는 너에게,
학창 시절만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 때는 없는 것 같다. 어떤 동네에 사는지로 학군이 결정되고, 어떤 반에 배정받거나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에 따라 친구들이 생기고, 각 가정의 내밀한 사정으로 소중한 친구를 훌쩍 잃기도 하는 법이니까. 모두들 아직 미완성인 초록의 시기에 애정과 질투는 내내 힘겨루기를 하면서 비극적인 시간과 환희의 시간을 함께 선사한다.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우정의 승자와 패자 자리를 반복적으로 오간 것처럼.
덜 익은 초록 귤처럼 시고, 또 때로는 햇살 잔뜩 받아 잘 영근 주황빛 귤처럼 달콤한 시절을 지날 때 네가 기억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세상에는 네 잘못이 아닌 일들로 괴로운 순간이 더러 찾아온다는 것. 네게 보이는 시야 저편에는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나며 너의 선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궤를 달리하는 사건이 태어나곤 한다는 것. 나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모든 시작은 늘 초록인 법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늘 너의 최선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
누구나 겪고 있지만 쉬이 내보이지 못하는 수많은 초록의 순간들에 부디 무력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조남주, 『귤의 맛』, 문학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