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인 Jan 15. 2016

Android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2)

제조사 시점에서 바라보기

지난 글에서는 통신사/제조사가 Android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언급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완전하게 제조사 입장에서 Android가 어떻게 대안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초기 핸드폰에 사용되는 CPU는 clock 속도가 20~30 MHz 수준으로 상당이 낮았습니다. UI적으로 기능도 별로 없고 통신 데이터 처리만 하는 수준이고 배터리나 비용을 생각했을 때 나름 합리적이었습니다. 주로 사용되던 Qualcomm 칩셋에서는 OS라고 할만한 수준도 아닌 Job scheduler 역할만 하는 REX 기반 UI state machine으로 동작했습니다.


제조사의 고민은 Qualcomm 칩셋의 기술 발전 속도보다 시장이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전화 수신/발신과 문자 수신/발신 기능에만 머물러 있다가 사용자 요구사항에 맞춰서 기능이 추가되고 UI가 복잡해지면서 통신 데이터 처리보다 UI 처리에 더 많은 CPU 자원을 소모하기 시작했습니다.


CPU 속도도 문제이지만 수많은 기능으로 인해서 UI 복잡도가 증가하다 보니 S/W 개발 기간이 증가하고 인력이 증가하고 비용이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데, 이 와중에서도 NOKIA는 40%의 시장 점유율에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NOKIA가 넘사벽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잘 만든 제품을 더 싸게 시장에 출시하는 것인데 그 비결을 크게 2가지로 보고 있었습니다.


우선 절대 우위를 점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노하우입니다.


핸드폰 제조 시 아주 많은 수의 부품이 사용되는데 특히 Qualcomm 모뎀 칩셋과 LCD는 짧으면 3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서 스펙과 생산 일정, 물량을 협의하게 됩니다. Qualcomm 모뎁 칩셋은 모든 제조사가 최신 사양을 사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많은 물량을 가장 빠른 시간에 수급받는 제조사가 최신 단말을 시장에 빨리  출시할 수 있는 키를 가지게 되어서 경쟁력 우위에 서게 되니 협상력이 중요하게 됩니다.

또한, LCD는 제품마다 사양이 달라서 모뎀 칩셋과 달리 기성품이 아닌 주문 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양산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LCD 제조사마다 색감이 달라서 샤프 같이 색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제조사는 웬만한 대형 제조사나 대량 물량이 아니면 조달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SCM에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가 생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직 만들지도 않은 제품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 예정 날짜에 맞춰서 주문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품 생산이 시작되는 6개월 또는 1년 뒤에 몇 대가 팔릴지도 모르는데 초기 물량부터 전체 물량을 생산 라인의 부품 소모 속도에 맞춰서 조율해야 하고, 잘 안 팔릴 줄 알고 조금 주문했는데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 물량이 딸리면 부품 조달 물량을 늘려야 하고, 잘 팔릴 줄 알고 많이 주문했는데 잘 안 팔리면 남는 부품을 처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삼성이나 LG가 NOKIA 근처에도 못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번째 비결은 Platform입니다.

H/W적으로도 주요 기능별로 모듈화 해서 설계나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단말 개발 일정이 S/W에 의존적인 상황에서는 Symbian과 같은 S/W platform이 NOKIA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조사들이 전체적인 제조 역량이나 SCM을 따라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S/W platform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그에  못지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조사 S/W platform의 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한 개발이 우선이었고, 사용성이나 제품  경쟁력보다는 생산성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그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예를 들면 99년도에는 플립이나 바타입의 단말기에 최적화된 S/W platform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2000년도는 폴더폰이 나오고,

2001년도에는 Dual LCD라서 Display가 2개인 UI를 소화하기 위해서 platform을 변경해야 하고,

2002년도에는 4-Gray, 256-Color, 16K Color 등 다양한 LCD를 소화하기 위해서 platform을 변경해야 했으며,

2003년도에는 WCDMA로 인해서 Multi-tasking이 가능해야 했고,

급기야 2009년도에는 Touch가 가능한 platform이 필요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급변하는데 제조사 platform이 따라가기 급급했고, platform을 유지 보수하는 인력만 해도 상당한 규모를 필요로 했습니다.


제조사가 이런 Pain point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시점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준 platform이 'Android'였습니다.


2009년도에 제조사가 선택할 수 있는 OS나 platform은 제한적이었습니다.


- LiMo는 변변한 UI framework이 없어서 S/W 생산성에 문제가 발생할 테니 선택할 수 없었고

- 제조사가 LiMo용 UI framework를 개발 할리 만무했으며,

- Symbian은 나중에 별도 재단이 설립되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시장의 맹주인 NOKIA 것인데 함부로 들어갔다가 platform 종속으로 경쟁력이 뒤쳐질까 봐 우려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고,

- Windows Mobile은 제조사 Customization이 불가능해서 제품 차별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 당시 통신사/제조사들이 예상했던 대로 Google이 망하거나 Android가 실패하더라도 제조사들은 Android platform을 자체적으로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삼성이 초기에 Android를 인수했다면 어찌 되었을까라는 가정법 과거 표현을 종종 보게 되는데, 사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Android는 시기를 잘 타고난 것이지 Google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금 더 나은 개발자가 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