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기 위한 기술 (feat. Digital Literacy)
80년대생인 나는 참 좋은 20대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싸이월드라는 SNS를 접했고 오랜 시간을 꽤나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방명록에 안부를 주고받고, 사진을 올리고 서로 스크랩하며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미니홈피도 꾸미고 BGM도 깔고, 지금생각해 보면 참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싸이월드와 멀어졌고 어느덧 나는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처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배낭여행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자꾸 추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수에게 열린 공간이 아닌 친한 사람들과 소소한 근황을 나눌 수 있는 조금은 닫힌 공간을 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카카오 스토리를 하게 됐다. 일상 기록이 주목적이었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서 서로 바빠져서 자주 못 만나는 친구들과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나를 위한 일기이지만 타인과 함께 보는 일기였다. 며칠 전, 우연히 지금은 하지 않는 카카오 스토리에 들어가게 됐는데 사진과 글을 보면서, 감정세포들이 그 순간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 되살아 났다. 기록의 매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현재는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인스타그램을 들락거린다. 역시나 소소한 기록과 친한 친구들과의 안부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게시물을 뜨문뜨문 올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게시물을 올리기보다는 친구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친구들 소식은 잠깐,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글귀, 드라마, 광고 등의 릴스를 끊임없이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 이건 아니다!
사람마다 추천되는 혹은 노출되는 콘텐츠가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주로 여행, 맛집, 핫플, 무언가를 이룬 결과물 등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이 많다. 내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일 때는 이러한 포스팅이 정보로 다가오고, 나도 해봐야겠다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심사가 좀 뒤틀려 있을 때는 타인 역시 행복한 순간만을 포스팅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와 비교를 하게 되고, 기분이 더 가라앉는다. 실제 SNS가 우울증상을 증가시킨다는 가설을 검증한 논문도 많다(Yoon et al., 2019). 누군지 알지도 모르는 타인들의 일상은 왜 자꾸 보이는지, 뭐가 그렇게 다들 야무지고, 예쁘고, 잘 사는지, 정말 그들의 일상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 광고의 일종인 건지, 거기에 빠져들고 있는 날 발견하면 순간 한심함이 몰려온다. 안 보면 안 봤지 잠깐 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차례 위와 같은 상황의 반복 끝에 나도 기록이란 걸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별한 일상 기록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기록. 화려하진 않지만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공간을 찾았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공간이 '브런치스토리'이다.
[참고문헌]
Yoon, S., Kleinman, M., Mertz, J., & Brannick, M. (2019). Is social network site usage related to depression? A meta-analysis of Facebook–depression relations.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48, 65-72.
*위 이미지는 pixabay의 무료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