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글쟁이에서 자영업자 글쟁이가 된 사연
기자를 4년 했다. 그리고 퇴사했다.
글로 먹고 살았고, 여전히 글로 먹고 살고 있다.
글 쓰는 것이 싫어져 기자를 그만뒀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4년이란 시간 동안 단 한 번? 정도뿐이다.(이마저도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나쁘지 않네 수준이 더 맞을 것이다.)
많은 기자들은 성취감으로 일을 한다. 하지만 난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구나' 하는 기사는 있었지만 그걸로 인한 성취감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내게는 그 성취감이라는 원동력이 없었고 기자를 할수록 열정이라는 나사는 하나 둘 풀려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기자로서의 나의 자아는 해체됐다. 그렇게 나사가 빠진 채 삐걱대기를 반복했다.
매일 글을 써야 했는데 내가 쓰기 싫은 것까지 써야 했다. 그리고 내 글 하나로 사람들이 울고 웃는 게 불편했다. 내가 뭐라고, 이 글이 뭐라고, 내가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인가?
글이 참....
무섭다
글 쓰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에 이르자 노트북 앞에 앉아 무언가를 두드리는 행위가 메스꺼웠다. 나는 글을 써댈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정작 아무것도 모르면서 글만 써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글, 기사, 기자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물론 내 주변의 기자들이 그랬을 뿐 대한민국에는 꽤 괜찮은 기자도 많다(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기자도 있다(이건 일부 인정) 그래서 결심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점차 '기레기' 신입에서 '기레기' 선두가 되겠구나. 나는 여길 빠져나가야겠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리고 덜 메스꺼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약간의 넋두리 같은?
앞으로 이곳은 내가 글에 대한 두려움을 깨는 공간이 될 거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들인 습관 때문에 편히 글 쓰는 것을 못하게 됐다. 난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인데 말이다. 번역투는 빼고, 반복도 줄이고, 모호한 표현도 수정하고, 주술관계가 호응하는지도 보고..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닌데 자기 검열이 너무 심해 글 쓰는 것이 피로했다.
그래서 점차 글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이제 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이렇게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글에 대한 불편함, 메쓰꺼움을 지워나가고 '월급쟁이 글쟁이'에서 '자영업자 글쟁이' 혹은 '디지털 노마드(라 쓰고 디지털 노가다라 읽는)'의 일상을 하나 둘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