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내심과 어리석음에 관하여
새벽과 아침의 경계에 있는 시간.
핸드폰이 징징 울려댄다.
이 시간에 여러 번 카톡을 보낼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지 짐작하기에 침대에서 일어나 메시지를 확인한다.
확인하는 동안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이 불편하다.
나는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반대쪽 손가락이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의 손바닥으로 향했다.
. . . . .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벅벅 긁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불긋해진 손바닥에 오돌토돌 두드러기처럼 올라와있다.
나는 오른손에 습진이 있다.
일명 주. 부. 습. 진
이것이 만들어진대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나는 설거지를 할 때 맨손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니, 그것이 편하다.
기름진 것이 묻을 때면 미끌거리는 손이 싫어서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면
내 손에 딱 맞지 않아서 그릇이고 수세미고 잡고 있기가 불편하다.
더 군다가 뜨거운 물로 설거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맨손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손을 자주 씻는 버릇이 생겼다.
그저 나갔다 들어왔을 때뿐만 아니라 손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것이 묻은 것 같으면 물로 씻는다.
과자 먹은 손, 쓰레기 만진 손, 엉덩이를 긁은 손 같은 것 말이다.
결벽증은 아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내 손 갈 곳이 아직 많으니 더 신경 쓰이기도 한다.
손을 씻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물, 비누, 세제를 맞이하는 내 손은 점점 푸석해졌다.
수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며 가뭄난 논밭처럼 건조해진 것이다.
논밭이 갈라지 듯 내 손도 갈라지며 이내 피까지 보는 일이 허다하다.
방법은 하나다.
손을 씻고, 물을 만지고 로션만 잘 바르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 된다...
. . . . .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였다.
그러다 이내 손 전체로 퍼졌을 때, 안타깝게 본 지인이 본인이 쓰는 제품이라며 핸드크림을 선물해 주었다.
한 동안신경 써서 발랐더니 환호성을 지르는 듯 나의 손은 매끈해져 가기 시작했다.
물론 가려움도 아이 볼처럼 붉어짐도 거의 사라졌다.
아, 이대로 핸드크림만 꾸준히 잘 바르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불편함이 줄어드니 또 나의 손을 방치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편해지면 소홀해지는 것이 기본 하드웨어인가 보다.
(아니, 나만 그런 건가?)
나는 누군가 나에게 간지럼을 태우는 것보다
내 몸의 자잘한 가려움을 못 참는다.
한 번은 처음으로 눈썹 문신을 했다.
가려울 수 있다는 말에 잘 버텨보기로 다짐을 했는데,
반영구로 적어도 몇 개월은 간다는 눈썹문신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자꾸 긁어서 점점 지워진 것이다.
오죽하면 자다가도 나도 모르게 긁고 있었다...
다시 한번 시술을 받고 싶은데,
또 긁어 없앨까 걱정이 돼서 시도를 못하고 있다.
나는 참을성이 없는 것일까?
. . . . .
글을 쓰는 지금도 가려운 손을 은근슬쩍 긁으며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일말의 죄책감에 손을 향해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이 글을 쓰고 나면 핸드크림을 듬뿍 발라주어야겠다.
나의 손아.
네가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