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걱정도 상팔자!

by 오싸엄마





남편의 면접날이다.


호기롭게 청소사업을 했는데, 우리의 생각만큼 흘러가지 않았다.

일단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기에 남편은 다시 구직을 시작했다.

면접을 보고 잠시 집에 들렀다가, 오후에 잡힌 청소를 하러 가야하는 날이었다.


면접장소와 청소하러 갈 장소가 멀지 않아서 아예 다 들렸다 오는건 어떠냐고 했다.

남편은 시간 될 것 같다며, 집에 왔다가 가겠다고 했다.

면접이 오래 걸려야 한 시간 아니겠냐며, 충분하다고 했다.


면접이 10시에 시작이니 12시쯤엔 집에 오겠구나 예상했다.

일하러 가면 힘써야하니 간단하게라도 밥을 먹이고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11시가 넘어가도 남편의 연락이 없었다.


. . . . .


남편은 이동할때 꼭 연락을 한다.

연락하지 못하면 그 이유를 미리 말해준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 연락을 잘하던 사람 같지만, 연애때는 그렇지 않았다.

한창 좋을 연애 초기에도 출근, 퇴근 때 연락하고 그 중간에는 그 흔한 "밥 먹었어?"라는 말도 없었다.

그나마 차가 생기면서 문자에서 통화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연락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남편에게 연락이 없다고 타박하는건 공평하지는 않다.


. . . . .


나는 유독 장소에 예민했다.

상대가 어디에 있는 줄 알면 괜찮다.

그런데 이동을 하거나 내가 어디있는지 모를 때에 연락이 안되면 급 불안해진다.

그러고보니 장소에 예민한 우리 두 딸이 나의 이런 성향을 받았나보다...


글쓰기의 효능이 이렇게 나오고 있나보다.

매일 나와 친해지기 위해 쓰는 글들에서 점점 보이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무튼 남편의 면접날 남편은 면접이 끝나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나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출발해야 할 시간에 연락이 없으니 불안감이 발끝을 내민 순간이었다.


면접이 조금 오래 걸리나보다하며 애써 이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조금만 더 하던 것이 30분이 흘렀다.

일단 아까부터 보내놓은 카톡에는 답변이 없었다.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종료되었다.

왜?


불안감이 엉덩이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 . . . .


친한 동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했다.

면접이 늦어진다면 이 사람이 일이 있는걸 모르진 않을테니 사정을 얘기하고 나왔어야 하는데, 전화도 받지 않아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동네 엄마는 자신도 남편이 나갔다 연락이 안되면 걱정된다고 나와 공감해주었다.


우리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그래도 연락이 안되면 면접 회사에 전화해 보기로했다.

나는 별 상상을 다했다.

알고보니 이상한 회사여서 험한 꼴을 당한것은 아닌지,

운정중에 사고라도 당한건 아닌지.(그런데 운전을 했으면 출발 시 전화를 했을테니 이 생각은 패스했다)


결국 잠시를 못 기다리고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으신 분이

"아직 면접중이세요. 저희가 면접이 좀 길어요. 이름 알려주시면 확인 해 볼게요." 라고 말씀해주셔서 순간 안심이 되었다.

불안감이 엉덩이까지 드밀고 씨익 웃으며 얼굴을 내밀려던 순간 철퍼덕 넘어져 발끝만 겨우 보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통화하고 5분이 안되서 드디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면접을 2시간 넘게 볼줄은 몰랐다고 했다.

시계를 안봤냐고 했더니, 중간에 핸드폰이 울려 꺼두었더니 볼 생각도 못했다고 하는 남편이 조금 야속했다.

내 걱정값을 물어내라고 하고 싶었다.


그날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준비하고 바로 일을 하러 나섰다.

(차에서 먹으려고 집에있던 빵한조각 가져갔던 것 같다)

나의 걱정이 유난인건지, 당연한건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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