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아침에 친한 동생의 지인에 대해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
동생은 평소와 비슷한 말투를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그녀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는 가족이 있었다.
아이들도 서로 잘 놀고, 부모들끼리도 잘 맞는 가족이었다.
후에 집을 나란히 살자고 할 만큼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들인데
그 가족에게서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사연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되고 가슴이 아팠다.
내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평소에 우리 둘은 주고받는 대화를 많이 했다.
이날은 내가 할 말은 없었다.
건넬 수 있는 위로의 말이 많지 않았다.
. . . . .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오래된 친구가 생각이 났다.
작년이 그 친구가 떠난 지 10년째 된 해였다.
정말 무슨 운명인지, 작년에 고모님이 떠나셨고 마지막 인사를 한 곳이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한 곳이었다.
장례가 모두 끝나고 떠나기 전 남편에게 말하고 친구를 뿌린 장소에 다녀왔다.
아무도 없는 장소에, 다른 고인들과 함께 뿌려진 그 장소에서 오랜만에 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잘 지내고 있지? 벌써 10년이 흘렀네..'
긴말은 필요 없었다.
늘 어디선가 보고 있었다 생각하니, 근황 따위 전할일도 없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침묵으로 인사를 했다.
처음 만난 후 10년 동안 "나와"하면 바로 나오는 그런 친구였다.
무엇을 하든 재는 것 없이, 말하지 않아도 "콜!"을 외치는 참 편한 친구였다.
그러던 친구가 몸이 아프면서 마음도 같이 아파갔다.
그런 친구를 보는 내 마음도 아팠다.
매번 괜찮을 거란 위로의 말을 건네다가 어느 날 왜 자꾸 부정적인 생각을 하냐고 다그쳤다.
매번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친구가 그렇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힘들었다는 건데...
따뜻한 말보다 모진 말이 먼저 나왔다.
. . . .
친구를 보낸 순간은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친구는 몇 년 동안 기다리다가 드디어 기증자를 찾아서 수술을 받았다.
이제 모든 것이 다 좋아질 거라는 행복감과 기대감을 갖었다.
그때쯤 나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려 준비하고 있었고,
친구는 내가 떠나는 것을 무척 서운해했다.
영영 가는 것이 아니라 길어야 1년이라며 친구를 다독였다.
다녀와서 우리 부산으로 여행 가자고 약속을 했다.
친구는 수술 후, 잘 회복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왔다.
그리고 중 한자실로 가게 되었다.
면회가 되지 않았기에, 간간히 연락을 했다.
그래도 통화가 될 때도 있어서 금방 회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뜬금없는 순간에 친구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나는 그 순간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보며 한껏 웃고 떠들고 있었다.
부고 소식을 본 순간 아무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주저 않아 우는 것뿐이 할 수 없었다.
. . . . .
고모와 친구를 보낸 그 장소에서 친구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곳에 오니 언니 생각이 났다고, 아직도 친구 제사를 여기서 지내냐고.
잠깐의 근황을 나눈 후, 언니는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지금 언니가 전화를 받고 있는 핸드폰은 쓰지 않는 옛날 핸드폰인데
우연히 보는 중에 나에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꼭 누군가 통화를 주도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둘 다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더 긴 이야기를 해야겠지.
그렇게 친구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
늘 맘껏 활동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친구 대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