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차 - 급격히 커진 아기때문에 힘든 엄마
재택을 하다보니 새삼 깨닫게 된 사실. 사람은 너무 자주 식사를 하고, 그로 인해 자주 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힘도 돈도 그만큼 들어간다. 한 번 장을 보고 쟁여두고 일주일은 먹고 살 줄 알았더니 4인 가족에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다. 중간에 집앞 슈퍼에 나가서 자잘하게 식재료를 보충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장을 보러 가기 위해서도 치밀하고 꼼꼼한 계획도 필수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식재료가 우리의 입 근처도 오지 못하고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 했다. 가족을 위해 식탁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추석 연휴에 처갓집에 이틀 밤을 자고 돌아왔는데 냉장고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다. 장을 보러가야 하는데 누워 있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확실히 이전보다 누워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졌다. 옆으로 누워 뱃 속의 아기를 침대에 받쳐 놓는 듯한 모습이다. 셋째의 출산이 이제 20일도 남지 않았다. 출산일이 가까워지는 만큼 외출이 조심스럽긴 하나 우리 아내는 집순이 재질은 아니기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같이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아이들을 다 데리고 이마트 트레이더스로 향했다. 이런 대형 마트에 가게 되면 걸음수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건물이 넓기도 하고,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볼 때 필요한 물건만 쏙 집어서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이칸 저칸 훑어가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필요한 물건들을 발굴해 내듯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장을 본지 한 40, 50분 쯤 지났을까? 아내와 눈을 마주쳤는데 아내의 눈꺼풀이 확실히 긴장감을 잃었다. 한 30퍼센트 쯤은 감겨 있는 듯. “이제 집에 가자"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서둘러 계산대로 향했다.
한 달전에 1.7kg이었던 아가가 2.75kg이 되더니 엄마에게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 모양이다. 천천히 꾸준히 자라주더니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지 이제는 서둘러 몸집을 불리고 있는 모양이다. 추석이 지나면 우리 회사의 재택근무가 종료되어서 출근을 해야한다. 약 3달간 재택근무를 해서 다행히 아내가 체력적으로 점진적으로 힘들어지는 시기를 같이 보내게 되어서 밥이라도 차려주면서 이래저래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운이 좋았다. 아내에게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은 내가 없으니 밥은 데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걸로 먹거나 시켜먹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