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자 아기가 웃었다

by 로엘라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 병치레는 달고 산다더니, 연우는 첫 등원 다음 날부터 콧물이 났다. 일주일을 넘게 훌쩍이다 이제 좀 멈췄나 했더니 이번엔 열이다. 어린이집을 다닌 지 3주째, 처음으로 아기가 4일을 통째로 앓았다. 연우는 어린이집 대신 집에서 할머니와 지내며 잘 놀고 잘 먹었지만 밤이 되면 어김없이 열이 났다. 낮동안 애써 누른 열이 밤이 되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튀어 오르는 듯했다.


차라리 금요일에 아팠으면 좋았을걸. 그럼 엄마가 온종일 안아주었을 텐데.


해열제도, 항생제도 소용없는 밤이었다. 아기는 화요일 새벽부터 금요일 밤까지 외롭게 열과 싸웠다. 처음 치르는 그 외로운 싸움이 아기에게는 너무 서러웠던지 새벽에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달래 지지 않는 울음을 한 시간이 훌쩍 넘도록 울었다. 그동안의 감정을 한껏 모아두었다가 이제야 터뜨리는 듯했다. 목이 쉬도록 울던 아기는 한참을 울다 제 풀에 지쳐 잠들었다.


괜찮아, 이제 엄마가 24시간 같이 있어줄 거야. 주말 내내 꼭 붙어있자 아가야.


연우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또다시 삼십 분을 내리 울었다. 해줄 수 있는 건 토닥거림뿐이라 꼭 끌어안고 작은 등만 쓸어내렸다. 우느라 지친 연우에게 물 한 모금과 간식 조금을 주었더니 조금씩 진정을 했다. 아침 시간이 지나도 엄마가 곁에 있다는 걸 느껴서였을까, 연우의 얼굴에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효자인가 보다. 평일 내내 혼자 아프더니 주말이 되자 언제 아팠냐는 듯 아주 쌩쌩하다. 기침도 콧물도 없었다. 무엇보다 무섭던 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기와 함께 하는 주말은 유난히 아깝고 귀하다. 그 소중함은 함께 있는 동안에도 줄곧 생각했었다. 봄날에 떨어지는 벚꽃 잎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연우가 하루하루 커가는 게 감격스러우면서도 그만큼 흘러가는 시간이 늘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계절을 느끼는 정도의 감상과는 다르다. 공기가 있어 숨 쉴 수 있다는 일상의 소소한 감사가 아니다. 깊은 계곡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겨우 빠져나왔을 때, 그때 내쉬는 첫 번째 숨만큼이나 간절한 시간이다. 허탈하게도, 엄마의 몸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이의 회복이 반가운 만큼 엄마의 체력은 자꾸만 어긋난다. 연우가 거실 곳곳을 뛰어다닐 때 난 아기텐트 뒤에 몰래 숨어서 누워있어야 했다.


엄마의 체력이 어찌 되었든, 일요일은 행복의 절정이다. 연우는 다시 에너지가 넘치고 남편도 한 달만의 휴일이다. 주 6일도 벅찬데 지난 한 달은 일요일 마저 없었다. 일요일 하루, 한 달 만에 우리 가족이 온전히 모여 완전체가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연우 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을 친할머니와 맛있는 점심 한 끼. 그리고 연우의 낮잠 시간에 맞춰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드라이브 한 시간. 그러다 연우가 잠에서 깨면 비몽사몽인 아기를 안아 들고 쇼핑몰에서 서로에게 어울릴만한 옷 구경하기. 해가 지기 전 다시 아기를 카시트에 태우고 앞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밖은 깜깜해진다.


어릴 적에 언니와 내가 아빠 승용차 뒷자리에 누우면 빠르게 지나가는 하늘이 그대로 보였다. 그 아래 전선이 길게 늘어진 전봇대를 하나 둘 세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주황색 가로등으로 바뀌었다. 앞자리에서 들리는 부모님 말소리에 집중하느라 고개를 돌려보면 그 시선의 끝엔 언제나 두 분이 맞잡은 손이 포개져있었다. 그 장면을 한참이나 구경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잠이 들곤 했다. 뒷좌석에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하며 애써 졸음을 참는 지금 우리 연우처럼.


자기 전 소파에 앉아 남편과 그날 찍은 연우 동영상을 보며 일요일 하루를 복기해 본다. 영상 속에서 남편과 잡기 놀이를 하던 연우가 숨이 넘어갈 듯 웃는다. 얼굴을 구겨가며 웃는 탓에 광대는 더 볼록해지고 보조개는 더 오목해졌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해도 담을 수 없다. 그저 뻐근할 정도의 행복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온다.


월요일 아침이다. 오랜만에 늦잠을 잔 연우가 눈 비비고 일어나 품에 안긴다. 또 울면서 떨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예쁘게 방긋 웃어준다. ‘ 엄마 다녀올게’ 하니 한 손으로 고구마를 질겅질겅 물어뜯으며 인사해 준다. 귀여운 것. 저 뽀얀 아기가 내 아이라니. 다시 한번 갈비뼈가 한껏 부풀어 오를 만큼의 뿌듯함을 느끼며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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