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에 퇴사를 했는데 이제 와서 회사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다른 거 없다. 딱 두 가지다.
"나 힘들었어."라는 말을 여태껏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너 이상한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다. 처음엔 퇴사하자마자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써두려 했다. 하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먼저 시작했다. 밝고 따뜻한 곳에서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굳이 어두웠던 과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다. 다 잊고 훌훌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자.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니던 회사가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자 자꾸 예전 생각이 났다. 아직도 꿈에서 일을 했다. 내가 너무 과거에 매여 있어 미련이 남은 줄로만 알았다. 백번을 물어도 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인데 왜 이렇게 회사 소식을 들으면 과거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릴까. 상처를 드러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는 결론이 났다. 그동안 나 힘들었다고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었다. 화내고 울기만 했지 '그러니까 왜?'라는 물음에 답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이렇게 또박또박 제대로 말해보려는 게 굳이 예전 회사 이야기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두 번째, 내게는 과거가 됐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직장 생활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그중 몇몇은 과거의 나처럼 엄격한 자기 검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힘들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직장 생활을 하기에 난 너무 유별나다."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생각이 많긴 하지만 그건 자기 주관이 있다는 뜻이었을 뿐이다. 생각 많은 사람들이 너무 자기 탓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잘 버티고 있는 강한 사람이니까. 그저 내가 앞으로 쓸 글들이 팍팍한 회사 생활에 조금이라도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