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강아지인 줄 알고 샀는데 키우고 보니 곰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요즘 연우를 보면 그 말이 괜히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두 돌도 안된 연우는 태어났을 때보다 키는 두 배나 자랐고, 몸무게는 네 배가 훌쩍 넘는다.
93cm, 14.5kg.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몸무게가 17킬로였던 걸 생각하면 안을 때마다 잠깐 망설여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식탁 위 간식이 손에 닿지 않아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짹짹거린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요즘은 능숙하게 식탁 의자 위로 오르거나 까치발로 어렵지 않게 원하는 간식을 손에 잡는다.
점프를 하지 못해 무릎만 달싹거리던 게 6개월 전이다. 지금은 높이 점프도 하고, 뱅글뱅글 돌고, 엄마 따라 뒷걸음질도 한다. 혼자 계란 껍질을 까고 가위질까지 한다. 스케치북을 펼치면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곧잘 그린다. 언제 이렇게 훌쩍 자란 거지.
‘시어’
자기주장이 부쩍 강해진 연우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기저귀를 갈지 않겠다고, 밖에 나가지 않겠다고, 먹지 않겠다고. 이유는 셀 수도 없다. 더 이상 엄마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가 아니다. 부글부글 속이 끓어 올라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슬금슬금 와서 눈치도 볼 줄 안다.
말은 못 해도 눈치가 빨라 우리 가족 일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엄마 설거지 하니까 연우 방 침대에 있는 물통 좀 가져다줘.‘ 하면 쪼르르 달려가 물통을 찾아온다. 다부진 체격에 묵직한 연우를 보고 있으면 ‘아기’보다는 ‘작은 사람’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게 조금씩 아기 대접을 내려놓는 중이다.
사람 대우를 하다 보니, 연우의 미숙함을 내가 자꾸 잊는다. 집에 오면 손을 씻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자기 전에는 씻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게 물 흐르듯 되질 않으니 자꾸만 화가 난다. ‘아기’라서 용서되던 모든 일들에 이제는 좀처럼 아량이 비집고 들어올 새가 없다. 지금까지 만난 연우 중 오늘의 연우가 가장 큰 아기라서 그렇다. 앞으로 만날 연우 중 가장 작은 아기인 걸 생각하면 아차 싶어 다시 미안해진다.
놀란 마음에 자세히 바라보면 다행히 연우는 아직도 작다. 엄마 티셔츠 속에 들어와 머리를 쏙 내밀만큼.
지난 명절 때 어른들이 술잔을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 이후, 같은 모양을 보면 서로 부딪히며 ’짠‘ 하기를 좋아한다. 양치질할 때마다 칫솔을 들이밀며 ’짠!‘ 외치더니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과 물통을 부딪히며 ’짠‘을 유행시켰단다.
자기 전 나란히 누워 있는데 잠들기 싫은 연우가 엄마 옷을 들추더니 입으로 배방귀를 한다. 웃음을 꾹 참으며 장난을 걸어오는 아기를 모른 척했다. 슬쩍 눈을 떠 연우를 보니 이번엔 자기 옷자락을 들어 올려 배꼽을 내민다. 엄마 배 위에 올라타 나를 꼭 껴안는다. 짠! 연우의 배꼽과 엄마의 배꼽이 맞닿았다.
‘그래, 연우야. 2년 전 우리는 지금처럼 배꼽끼리 연결된 한 몸이었어.’
아이의 귀여운 발상에 웃음이 터졌다가 목구멍이 뜨끈하게 조여왔다. 연우가 조금만 더 천천히 자랐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