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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말초 Jan 15. 2024

검고 두꺼운

와보고 싶었던 집 근처 카페에 왔다. 한 걸음이 무겁고 눈 꺼풀이 버겁다. 이처럼 버겁고 무거운 날에 나를 엉금엉금 기어 나오게 하는 것은 좁고 어두운 방의 비루함인가 세상에 대한 애착인가 얕게 생각한다. 카페에 들어오기 전 마주친, 아빠 손을 잡은 아들의 웃음만이 명확할 뿐이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웃음이었다. ‘밝은 웃음의 큰 힘’이라는 무난한 사실을 새삼스레 되새기며 계단을 오른다. 웃음이 없는 얼굴로. 검고 두꺼운 문과 엄중해 보이는 안내문을 마주한다. 사실 그런 것들은 여기를 잘 보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런 장소이니, 그렇게 대해달라고. 그래서 나도 검고 두꺼운 활자를 자아내는 것인가. 힙스러움이 낭자한 곳에서 맥북이 아닌 검고 두꺼운 삼성 노트북을 꺼내 어디가 끝인지 모를 이야기를 적는다. 주문한 냉차의 이름은 일몰이다. 검고 두꺼운 건물이 가득한 이 도시에서 일몰은 노력해야 볼 수 있다.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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