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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말초 Jan 12. 2024

떠나보내는 일

어떤 행복은 소리치고 싶다가도 숨죽이게 만든다. 나만 아는 행복은 고요하고 진하다. 동시에 어딘가 아쉽다. 결국 소리친다. 그 작은 외침을 모아 글을 적는다. 순간 작아지고 멀어진다. 행복은 날아간다. 떠나간대도 좋다. 떠나가는 행복만이 다른 행복을 불러올 수 있다. 내 손을 떠나는 이야기만이 돌아올 수 있다. 가냘픈 자아를 가진 사람은 손에 이야기를 잔뜩 쥔다. 어디에도 떠나보내기 힘들다. 쓰다 지우고, 감추었다 내보이고, 펼쳤다 접고, 쌓아두다 무너뜨린다. 모든 것이 중요해서 꾹꾹 눌러 담다가 걸러낸다. 다시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시 마음이 웅성거리면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가 쌓인다. 고이고 고이다 썩지 않게 하려고, 썩어도 좋을 이야기가 되지 않게 하려고 가냘픈 자아를 드러낸다. 가냘픈 자아가 하는 말은 하나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장 연한 것을 내보일게요. 유약하고 무른 것을 보일게요. 단단해지려는 마음도 없이 흘러볼게요. 나의 없음과 무름과 유약함과 슬픔과 행복을 멀리 떠나보내는 일. 가장 연한 살을 보이는 일. 그 일을 기꺼이 하는 자아는 더 이상 가냘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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