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존재하는 그녀
과 동기들은 혜지를 가볍다고 말했다.
그녀가 쉴 새 없이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노출이 강한 옷을 즐겨 입었기 때문에,
SNS를 지나치게 자주 업로드했기 때문에,
과 CC 만 세 번째로 하다가 얼마 전에 헤어졌기 때문에,
홍보 대사인 것을 과하게 티 내고 다니기 때문에.
수요일 전공 수업이 끝나고, 나와 국문과 동기들은 학생회관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학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야. 성혜지랑 김영후 깨졌다는데? “
과대인 진이가 말문을 열었다.
“엥, 이번엔 또 왜 헤어졌대. 한 달도 안 되지 않았나?”
“몰라. 차였대. 동준 선배도 걔한테 차였다던데.”
“동준에서 영후로 환승한 거 아니었어?”
“그럴걸. 아, 김영후 예쁜 애들만 골라서 말 거는 거 열받았는데 잘됐네.”
“근데 소문으론 성혜지가 먼저 자자고 했었다는데?”
야야, 목소리 좀 줄여, 하고 아이들이 진이를 툭툭 쳤다.
“엑, 김영후같이 못생긴 사람이랑 왜?”
“걔 원래 절대 잘생긴 애는 안 만나잖아. 동준 선배도 그렇고 그전에 만난 오빠도 그렇고. “
"못생긴 애들이 공주 대접해 주는 걸로 지 자존감 채우려는 거지. 웃겨.”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애들이 많잖아. 진짜 싫어. 여자 망신시키는 거야.”
“그래도 난 김영후가 더 싫음. 못생겼잖아. 못생긴 남자는 유죄야.”
“근데 걔는 그 못생긴 와꾸 자랑하고 싶은지 인스타에 겁나 올리더라.
"그래놓고 헤어지면 다 내릴 거면서. “
아이들이 하하, 하고 웃어댔다. 나는 애꿎은 반찬만 뒤적거리고 있었다.
“애정 결핍이라 그래. 내가 그런 애들 많이 봤어.”
“홍보대사 그거, 별 스펙도 아닌데 그거 하는 걸로 자존감 채우는 것도 웃기지 않냐?”
“오늘 수업 때 유니폼 입고 들어온 거 봤지? 웃겨 진짜.”
계속 듣고만 있던 나는 참다못해 한 마디를 건넸다.
“정말 그런 걸로, 한 사람을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 과시는 결핍이라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다른 사람의 결핍을 추측하고 찾아내는 마음은 결핍이 아닌 것 같니.
그렇게 반문하고 싶었지만, 나조차 결핍이 없다고 자부할 수 없어 그 말은 꺼내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그녀를 질투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 대해 말할 때,
그녀가 저번 학기에 성적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 그녀가 학교 주관 문학상에 입상했다는 것,
그리고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빼놓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