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링겔을 꽂고 누운 할아버지
손녀딸은 좀 괜찮냐고 물어볼 때
온 마음 다해 괜찮지 않다고
세차게 가로젓는 고개를
용기라 부를 수 있다면
가끔은 궁금하다.
무거운 가방을 들쳐 맨 우리가 짓눌리지 않는 아침을 보낼 수 있는지, 어떻게 이 지겹도록 길거나 견딜 수 없이 짧은 하루가 그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지하철을 타면 다들 그 좁은 직사각형 안에서 무얼 그리도 재미있게 보는지,
잠이 오지 않을 때 당신은 침대에 누워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지,
매순간 닳아가는 배터리 때문에 일일이 충전기를 꽂는 게 지치지는 않는지,
나를 사랑하는 엄마의 걱정에 짜증내며 전화를 끊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는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책을 읽으며 왜 하는지 의문이 드는 공부를 하며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 당신 또한 불안해하는지,
조금은 붕 뜬 대화로 어색한 상대와의 공백을 채우는지,
밥을 삼시세끼 챙겨먹고,
전날 실연을 겪었어도 1교시 수업을 듣거나 출근을 해야 하며,
내가 자처한 일들을 가끔 감당하지 못할 때,
내가 밀어내서 밀려난 사람들에게서 서운함을 느낄 때,
어떻게 이런 것들을 다들 버티며 살아가는지?
어떻게 다들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견디며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는지?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그죠?
박하사탕에서 영호(설경구 분)한테 고문받던 사람은 일기에 이렇게 적는다.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고.
영호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상황에서 저 말을 해괴하게 되뇌이다가, 너 정말로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냐고 따지듯 고문받던 남자에게 묻는다.
그가 감옥에서 본 아름다움은 무엇이었을까?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문에 적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다. 영원히 대답할 수 없으리라는 걸 깨달은 밤,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쉬운 척을 하면 쉬워질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여전히 모든 것이 어렵다.
그래도 점심이 되면 토마토 달걀볶음밥을 해 먹을 거고, 비가 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탈 거고, 그런 다짐을 하는 것. 그게 전부인 거라고 믿으며,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매 끼니 챙겨 먹으며. 그래도 글을 쓰며.
오늘만큼은 정말로 괜찮지 않다고, 소리 내어 말해본다.
링겔을 꽂고 누운 할아버지
손녀딸은 좀 괜찮냐고 물어볼 때
온 마음 다해 괜찮지 않다고
세차게 가로젓는 고개를
용기라 부를 수 있다면
흐르듯이 살아도 괜찮다고
아가, 부디 너무 애쓰지 말라고
말해주던 당신은 어디로 흘러갔나
자꾸만 새는 수도로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로
똑똑 떨어지는 링겔 방울로
어느 것 하나 괜찮지 않은 방
아무도 다녀가지 않는 밤이 있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
주어진 공간을 반만큼만 살아가면서
반쯤은 그냥 흘려보내면서
어디엔가 당신은 고여 버렸나
사람은 아주 소중한 걸 잃고도
끝끝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던 당신은
-2025.10.16. 내가 쓴 시의 초안.